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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모크’ 박은석 “힘들 때 묵묵히 나를 지켜봐 줄 한 사람, 이상에게도 있었다면…”/박은석(연극영화전공 09) 동문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超)’ 역 맡아


▲ 뮤지컬 ‘스모크( 연출 추정화)’에서 ‘초’ 역을 맡은 배우 박은석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검을 휘두르는 운동선수로 8년, 국악을 배우는 학생으로 8년. ‘배우’라는 명확한 진로를 정하기까지 꽤 먼 길을 돌아왔다. 그 사이 수없이 많은 방황과 고뇌로 유독 아픈 사춘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를 바른 길로 인도해준 건 어머니의 진심어린 ‘기도’ 덕분이라고 했다. 내가 아프고 힘들 때 나를 진정으로 응원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힘든 세상을 버틸 힘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배우 박은석은 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스모크(연출 추정화)’에서 ‘초(超)’ 역을 맡아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한국문단의 천재 시인이라 불리지만, 지독히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이상과 그의 시를 모티브로 한 작품에 참여하면서, 박은석은 시인에 상황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듯 했다. 사회와 차단돼 고독과 외로움의 시달리는 이상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에도 참여하며 깊은 인상을 받은 박은석은 이번 본 공연에도 출연을 결정했다. 이상의 시를 찾아보고 시인의 인생을 살피며 창작진,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를 수정·보완해 가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도 함께 커졌다.


▲ 뮤지컬 '스모크(연출 추정화)' 공연장면 중 초(박은석 분)가 글을 쓰고 있다.(뉴스컬처)   

‘오감도 시 제15호’에서 직접적 모티브를 얻은 만큼, ‘스모크’는 트라이아웃 공연 때 이상이 당대 독자들의 받은 평가처럼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박은석 역시 “처음 시를 읽었을 때는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난해하다고 생각했는데, 해설을 찾아 읽어보고 시인의 인생을 대입해 생각해보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본 공연을 시작하면서 ‘스모크’는 관객들이 극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과 보완을 거쳤다. 박은석은 극 중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 역을 맡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특별히 초의 캐릭터를 다르게 표현하려고 하기보다는, 김해경(이상의 본명)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데, 극에는 초, 해, 홍이라는 이상의 인격이 3개로 나뉘어 등장한다. 박은석은 분열된 자아 중 하나인 초의 모습보다는 ‘그냥 이상처럼 살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쓴 글이 철저히 외면당할 때 이상은 가장 큰 쓰라림을 느꼈을 거예요. 예술이라는 건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목적도 있잖아요.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이상은 시대적 아픔을 끌어안고 그것에 대한 생각을 시에 담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건데, 돌아오는 건 ‘헛소리다’ ‘미친 이야기다’라는 혹평들뿐이었잖아요. 배우들도 비슷한 것 같아요. 관객들과 어떤 메시지를 나누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 무대 위에 선보였는데 혹평이 쏟아질 때 정말 속상하거든요. 그래도 공연은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작업이지만, 글은 혼자 써야 하는 거니까 이상의 압박과 고통은 훨씬 컸을 것 같아요”

학창시절 유독 힘들게 사춘기를 보냈다고 털어놓은 그는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는 시점, 학교 가는 길이 혼란스럽고 출석을 부르는 이름을 들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힘겨웠다”고 말했다. ‘나를 조금만 건들이면 폭발해버릴 거야’라고 세상과 등지려 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주었고, 스스로 마음을 열고 변화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박은석은 “이상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모크’는 이상이 고통스러운 자아를 극복한 성장 드라마다. 배우로서 이렇게 성장하는 극을 함께하는 건 참 좋은 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박은석은 공연계 동명의 배우에 대해 "한 번 꼭 뵙고 싶은데 같은 작품에서 만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저보다 1살 형님으로 알고 있는데, 다들 저를 형으로 보신다.(웃음) 이번 '모범생들' 출연진 중에도 문태유 배우가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 다들 제게 '네가 동생이야?'라고 물어오신다. 이게 다 저의 잘못이다"라고 장난스레 말했다.
(뉴스컬처) 

2010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앙상블로 데뷔했지만, 본격적으로 배우로서 그의 이름이 알려진 건 ‘드라큘라’의 타이틀 롤을 맡으면서다. 박은석은 “목소리 톤이나 비주얼적인 면에서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역할이 어울리지만, 늘 비슷한 색깔의 역할을 맡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그의 출연작을 살펴보면 ‘왕세자 실종사건’에서는 소년을, ‘주홍글씨’에서는 노역(老役)을 맡았고 ‘드림걸즈’에서는 능글맞은 ‘지미’를 연기하기도 했다. 최근 공연된 ‘레드북’에서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남자 ‘ 브라운’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오는 6월 공연되는 ‘모범생들’을 통해서는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다. 박은석은 “학교에서 원래 연극을 전공해서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10주년 기념 공연에 합류하게 돼서 무척 기쁘다. 이번에 맡은 ‘종태’ 역할은 운동선수이고 전학을 다녔던 경험도 나와 비슷해 재밌게 연습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잘 되고 유명해져서 성공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기도를 할수록 ‘내 마음 안에 욕심만 가득 차 있구나, 욕망뿐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있어요. 물론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제는 ‘최선을 다해 살자, 진심을 다해 연기하자‘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돼요. 공연이라는 게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배우는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잖아요. 관객들 마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빛과 소금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원문보기 : http://newsculture.heraldcorp.com/sub_read.html?uid=100732&section=sc169

출처 : 뉴스컬쳐 | 2017/05/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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