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대학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빠르다. 순식간에 AI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챗GPT가 등장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았다. AI의 미래가 과대평가됐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이룬 효율성과 기술적 진보, 미·중 간 경쟁을 고려하면 변화의 흐름이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 뛰어난 차세대 AI가 등장한다면 사회는 전례 없는 혼란에 직면할 것이다. 인간은 AI의 지배를 거부하겠지만, AI가 인간의 지시에만 따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사회적 갈등과 윤리적 충돌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AI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 도래
인간 지능 닮은 AGI의 도전까지
인간다움 경계는 갈수록 흔들려
기술 윤리 문제, 사회가 결정해야
미국 실리콘밸리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지금 인간의 뇌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뇌의 작동 원리를 모방해, 탄소 기반 유기체를 본뜬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인공지능)를 기계학습으로 구현하려는 것이다. AGI는 고도의 학습 능력과 일반지능을 지닌 존재로, 인간의 창의력과 감정까지 재현할 가능성을 가진다. 몇 년 안에 실험적 형태의 AGI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AI가 세상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류 문명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AI의 발전은 ‘인간다움(humanness)’을 어떻게 정의할지를 근본적으로 묻고 있다. 존 롤스는 인간다움을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동등한 주체’로, 한나 아렌트는 ‘공적 세계에서 행위하는 자유로운 존재’로 보았다. 그렇다면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하는 AI를 여전히 단순한 기계로 볼 수 있을까? 인간의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에 AGI가 탑재된다면, 그것은 합리적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에 가까워질 것이다. 비록 윤리와 도덕, 공정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간의 뇌를 닮은 지능을 지닌 이상 단순한 도구로만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인간의 신체에 AI 인공장기가 이식되는 시대가 오면 사람과 기계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AGI가 인간과 동등한 존재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피할 수 없으며, 이는 인간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간 수준의 지능,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갖춘 AI가 현실화되면 그 영향력은 산업혁명을 뛰어넘을 것이다. 지금은 인간과 AI가 상호 보완적으로 공존하길 기대하지만,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단계에 이르면 협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AI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행동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인간 문명의 도구가 아니다.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AI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AI를 위해 존재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인류는 아직 답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기술의 방향을 정하는 일에는 효율성과 속도뿐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윤리적 상상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AI 규제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미국 일부 주는 기업에 투명성 확보를 의무화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거버넌스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규제 철학의 차이는 여전하며, 전문가들조차 AI가 정치·사회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의견이 엇갈린다. AG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특이점(singularity)’에 이르면,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권력과 윤리 구조를 재편하는 정치의 문제로 바뀔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의 상상처럼 들리지만, 지금의 발전 속도를 보면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기술은 사회의 질서를 만들고 정치 변화를 이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공적 이성과 사회적 토론을 통해 AI 기술이 향하는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AI 개발을 과학자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어떤 가치와 기준 아래 AI의 방향을 정할 것인지는 사회가 함께 결정해야 한다. 인간이 기술의 주도권을 유지할 때만 민주주의와 인간다움은 공존할 수 있다.
AI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서 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은 앞으로 AGI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은 예고 없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때 개인·공동체·자유·민주주의의 의미는 다시 정의될 것이다. 필자는 AI 개발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멈출 수도 없다. 다만 그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 AI의 미래가 반드시 유토피아로만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며, 디스토피아의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AI와 공존할 시점에 인간다움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는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가장 중대한 과제다. 이재명 정부가 AI 정책에 올인했다고 한다. 기술과 경제를 넘어, 그 안에 담을 정치적·사회적 의미까지 성찰하길 바란다.
손영준 국민대 미디어 광고학부 교수
국민대학교의 아카데미즘은 '최고 수준의 학술연찬', '최고 권위의 진리탐구'라는 목표와 함께 ‘최고 교육의 보편화'라는 점에 역점을 두었다. 즉 국민대학교의 아카데미즘은 아카데미즘은 '최고 수준의 학술연찬', '최고 권위의 진리탐구'라는 목표와 함께 ‘최고 교육의 보편화'라는 점에 역점을 두었다. 즉 국민대학교의 아카데미즘은 학술의 심오한 연구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최고 교육의 보편화'를 통해 건전한 정신과 이상을 배양시키고자 한 것이다. 국민대학교가 야간대학으로 출발한 것은, '생활상 사정의 소치로 주간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허다(許多)한 구학(求學)의 청년에게 최고 학술을 연구하는 기회를 주어 최고 교육의 보편화를 추구'하는데 있었다. 이 점에서도 국민대학교는 '국민의 대학'이자 '민족의 대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