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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사법부에 쓴소리'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 "사법농단 진상규명 이끈 것은 일선 법관들" / 류영재(시각디자인학과 01)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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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판사는 2001년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졸업, 2006년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2009년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2011년 제40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임관, 2013년 서울남부지법, 2015년부터 현재까지 춘천지법 판사로 재직중이다. 사진 류영재 판사 제공

 

지난해  6월부터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됐다.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법원 내에서 사법농단 수사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온 판사 중 한명이다. 2일 저녁 춘천지법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어렵게 만났다. 그는 "사법농단 사건은 판사들이 스스로 진상규명 요구를 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매 순간마다 사법농단 진상규명에 대한 방해가 있었지만 그것을 막은 것은 일선 판사들"이라고 강조했다. 이하 그와 나눈 일문일답. 그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온전히 개인의 입장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나.

법원 스스로 철저히 조사하고 진상울 규명하여 공개하는 것이 가장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3차에 걸친 자체조사에서도 사법농단을 철저히 밝히는데 실패했고, 그 전모는 검찰 수사에 의해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검찰 수사가 없었다면 국민들은 사법농단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했을 것이다.


 류영재 판사는 2001년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졸업, 2006년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2009년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2011년 제40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임관, 2013년 서울남부지법, 2015년부터 현재까지 춘천지법 판사로 재직중이다. 사진 류영재 판사 제공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이번 검찰 수사는 일반 범죄수사에 비하여 높은 공익성을 갖고 있고, 상당히 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검찰 수사는 법원의 영장 발부 범위 내에서 강제수사를 할 수 있고, 현행법상 범죄 혐의가 성립한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대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한계 내에서도 검찰 스스로 수사가 갖는 공익적 의미를 인식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너무 전방위적이라고 말하는데, 사법농단이 전례가 없어 전모를 밝히기 전에 범죄혐의를 제대로 특정해내기는 어려운 점, 높은 공익성을 갖고 있는 점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본다.

■페이스북에서 사법농단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는.

원래 내가 사법행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비판하는 판사는 아니었다. 그런데 한 번 목소리를 내야 할 순간에 내지 않았다가 후회한 적이 있다. 2015년 국정원이 법관 임용 당시 법관 임용 후보자들을 사상면접했을 때이다. 그 사실이 보도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으나 공개적으로 진상규명을 요구하지 못하고, 대신 개인적으로 법원행정처 등에 전화를 하는 방식으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말했다. 나 말고 다른 판사님들께서도 그런 방식으로 진상규명을 요구하셨다고 들었다. 그 결과 법원행정처가 진상조사를 했고, 일부 사실임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판사들 사이에서 공개적인 비판 및 재발방지 촉구 등의 목소리가 나온 적 없고, 실제로 그 사태에 대한 확실한 재발방지 조치가 취해졌는지 알 수 없다.

당시 중요한 사안이 유야무야 수습되는 것을 보면서, 훗날 역사에 판사들이 이러한 사태에 대해서도 침묵했다고 기록될 것 같았다. 이번 사법농단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사태라고 생각했다. 법관사찰, 재판에 관한 청와대와의 협의, 청와대나 국회에 대한 법률자문, 일선 재판 개입 등 우리 헌법 하에서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런 사태가 또 국민들의 무관심과 판사들의 침묵 속에서 은폐되거나 축소되거나 미흡하게 수습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올해 특조단 결과가 나오고부터는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 유야무야 넘어갈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는 법원의 판결에는 분노하면서도 정작 사법제도의 운용 자체에는 무관심해, 사법제도의 운용에 대한 국민의 감시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태도 그렇게 넘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알려야 한다는 생각만 했고 법원 내에서 눈치보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법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사법농단 사건은 판사들이 스스로 진상규명 요구를 해서 여기까지 왔다. 언론도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다. 법원 자체의 1차, 2차 조사와 특조단 조사,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은폐 시도가 있었지만 그것을 막은 것은 일선 판사들이다. 매 국면마다 판사들이 계속 자기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결단을 한 것이고 마지막 탄핵 검토 필요성에 이르기까지 동료에 대한 처분이 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사안이 중대한 위헌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결의했다.

사법농단의 헌법적 차원에서의 진상규명 및 위헌성 판단인 탄핵 절차는 국회의 권한 하에 놓여 있고, 법률적 차원에서의 진상규명 및 위법성 판단은 수사 및 재판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국회의 영역이든 수사 및 재판의 영역이든 일선 판사들이 관여할 여지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수사를 촉구하고 탄핵의 필요성을 결의한 것은 일선 판사들이 헌법과 법률의 권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 입장에선 수사협조나 사법개혁의 정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분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불신과 분노는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재판거래 등이 입법미비로 무죄라 아무 문제없다는 주장이 있다.

가장 두려운 시각이다.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정당화 하는 시각이 있다. 묻고 싶다. 앞으로 정정당당하게 대법관이 청와대와 특정 재판의 결론을 위해 협의하고 법원이 재판을 앞둔 사안에 대해 법률자문을 해주고, 법관을 사찰하고 대신 법률문서를 써주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신년사에서 사법부 신뢰 회복을 강조했는데.

사법신뢰는 이번 사안이 제대로 마무리 되고 오랜 시간 동안 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해서 국민을 위해 재판을 해야 회복될 것 같다. 아주 오래 걸릴 것이다.

재판 절차에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됐어도 재판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그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판사의 판단을 무조건 믿기를 강요하는 의미나 다름없다. 재판의 정당성은 절차의 정당성으로 인해 담보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시각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이 변할 때쯤 사법신뢰가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일부 법률가들은 김명수 대법원장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조사할 때 일부 판사들과 언론, 정치권에서 영장이 없어 위법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했다. 그런 반발 하에서 전수조사를 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영장이 없어 위법하단 이유로 자체조사를 반대했던 측은 수사를 개시하여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를 하라는 취지였을텐데, 정작 수사가 개시되자 법원의 분열을 이유로 반대했다. 법원 자체조사도 반대하고 수사도 반대한다면 사법농단을 어떻게 드러내자는 얘기인지 알 수가 없다. 진실을 은폐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나.

사법신뢰는 사법농단으로 인해 추락한 것이지, 사법농단 사실을 밝혔기 때문에 추락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사법신뢰는 거짓 위에 쌓이는 허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를 하는 바람에 사법신뢰가 추락하였다는 주장은 인과관계를 완전히 잘못 판단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범죄자의 명예와 신뢰가 범죄자의 범죄행위가 아닌 검찰과 경찰 때문에 추락했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에 대해 비판이 많다.

문제가 있다. 사법농단은 판사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수준의 위헌적 직무집행인데, 가장 센 징계를 정직 6개월로 한 것은 지나치게 온정적이다. 판사들이 앞으로 어떠한 직무집행을 수행하든 정직 6개월 이상의 징계는 받기 어려울 것이다. 사법농단에 관련된 판사들은 조직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좋겠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징계위원회가 판사를 사찰하고 청와대와 재판 문건 등을 교환하고, 재판에 개입하는 등의 일을 얼마나 가볍게 보았으면 이런 징계를 결정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법관 탄핵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사안은 법률 차원이 아닌 헌법 차원의 문제다. 재판개입과 법관사찰에 대해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없다. 사법방해·법왜곡죄가 없다. 예컨대 판사가 재판개입에 응해 재판을 해도 딱히 처벌할 수 없다. 행정부와 재판협의를 한 것은 삼권분립 위반인데 처벌을 하지 못한다. 결국 현행법상 직권남용밖에 없는데, 직권남용으로 법리구성하면 가해자가 대법관이고 이들의 지시를 받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그리고 전범기업에게 유리하게 법리를 정리한 심의관들이 피해자가 된다. 실체와 맞지 않고 법리구성이 애매하다.

강제징용재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분명해 이에 대한 공권적 판단이 필요하다. 법관 입장에서 법관의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러나 공과 사는 구분되어야 한다.

헌법적 유권해석이 필요한 이유는 2009년도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독립 침해 사태 때문이기도 하다. 법원장이 광우병 사건을 특정판사들에게 배당을 몰아주거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 전에 먼저 판결을 선고하라는 등의 중대한 재판 개입을 했다. 재판독립 침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는 징계없이 퇴임했다. 그때 많은 선배들이 "별일이 아니었는데, 일부가 불순한 의도로 심각한 일처럼 만들어버렸다"는 말을 했다. 이처럼 법원 내에서 재판독립 침해 사태가 정당화 되면서 그보다 훨씬 심각한 재판개입 사태인 사법농단이 가능해졌다고 판단한다. 이번 사태가 위헌적이고 심각한 일이라는 것에 대해 법원내부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사법농단도 정당화가 된다. 이것이 제대로 된 헌법재판소의 유권해석이 필요한 이유다.

■사법농단사건이 어떻게 해결돼야 하나.

사법농단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사법농단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국민이다. 이것을 법원 내의 집안싸움이나 판사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딱 그 정도의 수준으로 해결될 것이다.

국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내줬으면 좋겠다. 판사도 국민도 재판 자체를 건드릴 수 없지만, 사법제도의 운용은 국민들의 감시감독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큰 차이가 발생한다. 사법농단 해결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이 감시감독을 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은.

이 사안이 중대한 위헌이고 재발되지 말아야 한다는 판사들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한다. 판사들이 법관의 역할이나 재판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을 해야 한다. 판사들의 의식 변화가 없다면 제도 개혁도 의미가 없다. 앞으로 법원은 사법농단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기록해, 무엇이 잘못됐고 왜 잘못됐는지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87년 국민들이 독재정권과 싸워 민주주의를 쟁취한 후 사법부에 독립을 주었다. 이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이것으로 장난을 쳤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군부독재 시절 법원은 정권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았다. 정권이 헌법을 위반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 법원이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1987년 민주화 항쟁에 의해 독재정권이 무너졌다.

민주화 과정에 있어 법원이 기여한 바가 없다. 개헌에 들어가면서 국민들이 법원을 척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사법부에 모든 권한을 몰아줬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원이 쟁취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준 것이다. 법원은 독재정권의 편이었던 부끄러운 과거를 뉘우치고 정권과 선을 긋고 재판독립을 지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막았어야 하는데, 거꾸로 법원 조직의 성장을 위해 총칼도 없는 청와대에 스스로 접근했다. 재판에 대해 청와대가 원하는 협의를 하다 보니 국민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사법부를 완전히 믿고 독립시켜줬는데, 법원은 독립을 스스로 놔버렸다.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다른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글을 많이 남기는데.

2015년쯤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판사 6년 차였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만난 사람의 90%가 판사였고, 나머지 10%가 판사를 제외한 법조인이었다. 내 시야가 좁다고 느꼈다. 재판에 바쁘다 보니 사회에서 어떤 담론이 이뤄지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보는 시야와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 판결에 도움이 될까 걱정됐다. 일반 사회의 시각과 담론의 형성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판사들이 빠르게 변하는 사회의 담론을 빠르게 따라갈 수 있을까. 무서울 정도로 사회가 빠르게 형성되고 발전된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00298

출처 : 내일신문 | 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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