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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대학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송인호 교수 GM에서 국민대학교로

2008년 쉐보레 볼트의 양산차 디자인이 GM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동시에 볼트 컨셉트카부터 양산차를 구현한 디자이너가 소개돼 반향을 일으켰다. ‘토종’ 한국인 디자이너, 송인호가 미국 언론의 조명을 받은 날이었다.

주요 경력
 

                             1997            서울대 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 졸업

                             1997~2001     기아차 디자인센터 연구원

                             2001~2003     현대·기아 미국디자인센터 선임연구원

                             2003~2006     기아차 남양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

                             2006~2014     GM 미국디자인센터 리드디자이너

                             2014~         국민대 자동차 운송디자인학과 주임교수
                                            서울디자인재단 TBS(Taxi Bus Subway)
                                            연구센터장
 



현대·기아차, GM을 거친 한국인 디자이너가 후학 양성을 위해 돌아왔다. 국민대 운송디자인학과 송인호 교수는 디자이너의 전문성, 창의성보다 중요한 게 인간성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의 추억이 놓여 있는 책장. 쉐보레 볼트 모델도 있다
 

송 교수의 연구실은 자동차 디자인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다. 연구실 두 벽면은 자동차 렌더링 이미지로 가득했고, 나머지 두 벽면에는 디자인 관련 서적과 애장품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 모델과 그가 직접 디자인한 전기차 쉐보레 볼트 모델을 볼 수 있었다. 책상에 학생들의 사진이 붙어있는 명단이 붙어있어 용도를 물었더니 그는 “학생들 얼굴하고 이름 외우려고요”라며 웃었다.

미래지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쉐보레 볼트를 약 10년 전에 디자인한 송 교수는 “인간의 꿈이 디자이너에게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디자인 트렌드 세미나, 서울디자인위크 스마트모빌리티 컨퍼런스 등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그에게 디자인 트렌드와 한국적 디자인에 관해 질문했다.



학생들과 동일한 디자인 도구를 사용하는 송인호 교수


본인을 잘 표현하는 직책은 디자이너와 교수 중 어느 쪽인가.
디자이너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학생들에게도 교수가 아니라 선배 디자이너로 다가가려 노력한다. 후배 디자이너들과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시간이 즐겁다. 학생들도 그렇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수능을 치른 학생들과 운송디자인 커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려면 유학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국내 대학 과정도 자동차 디자인 역량을 키우는 데 부족함이 없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한국이 배출한 디자이너들이 세계 무대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어, 한국 학생들에게도 관심이 번지고 있다. 국민대 자동차 운송디자인학과는 미국의 아트센터(ACCD), CCS(College for Creative Studies) 등을 경쟁상대로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디자이너의 필수 요건이 세 가지 있다. 전문성, 창의성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게 인간성이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자하는 사람은 자동차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마음이 좋은 사람은 좋은 차를 만들게 돼있다. 또한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협업이 많다. 동료 디자이너, 모델러, 엔지니어, 마케터 등과 잘 호흡해야 좋은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송인호 교수가 디자인한 쉐보레 볼트 양산차(좌), 컨셉트카(우)


현업에 있을 때 디자인한 차는 어떤 것이 있는지?
기아차 K7 외장 디자인, 오피러스 부분변경, 쉐보레 볼트 컨셉트카, 볼트 1세대 양산차, 오펠 암페라, 트래버스, 캐딜락 ELR 프로젝트 등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자동차 디자인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내 디자인 안이 채택됐다거나 리더의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디자인 인사이트를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주로 자연물에서 모티브를 얻는다. 공력 특성에 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때 상어 표피의 방패비늘 형상에서 얻은 모티브를 구현하고, 물고기 몸체의 유선형을 공기역학적으로 해석한다. 꽃잎을 보고 그릴의 패턴을 디자인한 일례도 있다. 재규어 브랜드는 머슬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동물 재규어의 역동성을 구체화한 것이다. 가오리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쉐보레 2세대 콜벳은 스팅레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상업성을 중심으로 점수를 매겼을 때 디자인 최고점을 줄 수 있는 차는 무엇인가.
상업성을 놓고 보자면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차, 즉 베스트셀링카가 시장에서 상업성을 인정받은 차다. 올해 베스트셀링카인 현대차 아반떼와 서민의 발이라 불리는 포터의 상업성을 높게 평가한다.

소비자는 구매하는 데 무리가 없고 자신의 개성도 표현해줄 수 있는 차를 고른다. 아반떼보다 제네시스가 아름답긴 하지만, 상업성은 경제성과 실용성까지 포괄하는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소비자의 기호가 다변화하고 수입차와의 경쟁력도 약화되는 추세여서 예전처럼 독보적인 베스트셀링카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그렇다면 심미성 관점에선 어떤 차에 최고점을 매길 수 있나.
자동차의 예술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오래 전에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은 재규어 E-타입이나 부가티 타입57 등은 여전히 심미성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점과 선, 면 등 조형의 기본 요소들이 이루는 조화와 비례를 따지지 않더라도 한눈에 감동을 전해주는 차다. 가격이나 성능 등을 구체적으로 따질 것 없이 아름답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올해 국내외 출시 차들 중 가장 인상 깊은 디자인의 차는 무엇이었는지?
양산차보다 컨셉트카를 눈여겨보는 편인데, 보자마자 ‘우와’ 소리가 나왔던 차가 있다. BMW 비전 넥스트 100. BMW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가 미래적 디자인으로 잘 어우러졌다. BMW는 “미래 교통수단은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을 연결해주고 각자 삶에 최적화된 맞춤식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소비자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과 친인간적인 기술이 디자인에 잘 녹아있어 인상적이었다.

양산차보다 컨셉트카 디자인을 주시하는 이유는?
컨셉트카는 제작 목적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다음 세대 디자인 방향성을 미리 보여주는 것, 새로운 기술을 강조하기 위해 기술을 조형에 담은 것, 곧 출시할 차의 디자인을 살짝 공개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종합하면 이전 100년은 어떠했고 앞으로의 100년은 어떠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게 컨셉트카다. 디자이너의 연구 방향도 어제보단 내일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컨셉트카에 관심이 많다.
 


 

올해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 분석을 부탁한다.
올해는 기업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다양한 친환경차 디자인을 선보인 한 해였다. 내년은 커넥티드카를 지향하는 기술과 디자인이 많이 소개될 것이다.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기업들의 디자인 연구가 심도 있게 전개될 전망이다.

자동차가 무생물이기는 하나 자연의 진화를 닮았다. 인간만큼이나 자동차는 기술과 환경에 따른 진화를 거듭해왔으므로 자동차에도 진화론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카는 커다란 엔진 때문에 커다란 프런트 그릴을 장착했지만 전기차는 사실상 프런트 그릴이 필요 없다.

프런트 그릴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쉐보레 볼트와 BMW i3는 가짜 그릴을 달고 있다. 심지어 닛산 리프는 그릴이 없다. 프런트 그릴이 있던 자리에 충전 포트가 있는데 생물학적으론 인간의 꼬리뼈 같은 흔적기관에 비유할 수 있다.

과연 다음 세대 전기차는 프런트 그릴이 어떻게 될까, 그릴이 없어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데 어려움이 없을까, 아니면 아이덴티티 자체가 무의미해질까 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위크에서 세계적인 스마트모빌리티 트렌드에 관한 컨퍼런스를 가졌다. 미래자동차에 강조될 디자인 요소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지난 100여 년간은 자동차 제조사 중심이었지만 지금부터는 소비자 중심으로 트렌드가 변동할 것이다. 종전까지는 기업 중심으로 하드웨어 중심의 자동차 디자인이 나왔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렸다면, 앞으로는 소비자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디자인이 나올 것이다.

ICT-IoT 기술 발달로 맞춤형 소프트웨어가 증가해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트렌드가 움직일 전망이다. 친환경차의 지속적인 개발 및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 연비를 고려한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이 확대될 것이고 경량화 및 친환경 소재,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레이아웃 등이 부각될 것이다.

특히 기술을 대변하는 디테일은 벌써부터 변화하고 있다. 광량이 높은 램프 개발로, 100mm 지름과 반사판이 필수인 벌브타입 램프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헤드램프 자체를 슬림하게 만들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그릴과 램프의 극적 대비효과를 구현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도 자동차 연비 개선을 위해 사이드미러 없는 자동차에 관한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기업의 첨단기술 개발이 장려되고 디자인의 자유도 증대될 전망이다.
 


제네시스 G80과 신형 그랜저 프런트 그릴의 미묘한 차이

 

‘한국적 디자인 요소가 배제된 차가 아름답다’는 소비자의 인식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소비자들은 현대차 그랜저(IG)와 제네시스 G80의 프런트 그릴이 닮았다고 한다. 그랜저의 그릴은 음각으로 떨어지는 캐스케이드 모양이고 G80은 양각으로 떨어지는 크레스트(가문의 문장) 모양이다. 그랜저의 그릴은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과연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한국적 디자인 요소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소비자들의 평가는 언제나 어려운 숙제다. 예전에 기아차 엔터프라이즈가 봉황을 이미지화해서 다소 억지스러운 광고를 한 적이 있다. 한국적인 디자인 요소란 기와집의 처마 모양이나 오방색 같이 일차원적인 게 아니다.

한국적 정서가 녹아 있는 디자인에 대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 현대·기아차의 책임의식으로 깊이감을 보강한 한국적 디자인이 발현될 것이라 기대한다. 현대차가 차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제네시스가 6개 차종의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을 한 줄로 정의할 수 있다면?
한 줄로 자동차 디자인을 축약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의 꿈과 삶을 담은 움직이는 조각(Moving Sculptures)’이라고 말하고 싶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자동차에 철학이 담기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삶 속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점점 짙어졌다. 이제는 실용성뿐만 아니라 심미성도 자동차의 중대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앞으로도 디자이너는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꿈이 디자이너에게는 현실이니까.

 

원문보기: http://m.navercast.naver.com/mobile_magazine_contents.nhn?rid=1109&contents_id=127896
 

출처 : 모터매거진 |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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