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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한국적 정서의 결정체 / 전영우(산림환경시스템학과) 명예교수 우리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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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평의 대지를 소유해 종합토지소득세를 내는 경북 예천군 석송령 소나무. 현암사 제공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지난 수 천 년 동안 우리의 문학, 예술, 종교, 민족, 풍수 사상에 자리 잡은 소나무는 이 땅의 풍토와 절묘하게 결합해 우리의 정신과 정서를 살찌우는 상징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조상들은 소나무를 매개체로 적극 활용해 생명과 장생, 절조와 기개, 탈속과 풍류 등의 사상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이 땅에서 자라는 1000여 종류의 나무 중에 이런 상징을 부여받은 나무는 소나무 외에는 없다.

생명·기개 상징성 부여한 유일한 나무
우리 역사와 함께한 정신·물질적 매개
소나무에 얽힌 흥미롭고 다양한 이야기
왕릉과 궁궐 지킨 ‘조선왕조 생명수’
예천에는 세금 내는 ‘만석꾼 소나무’도

〈우리 소나무〉는 우리의 삶과 역사를 함께해온 소나무의 생태, 역사, 문화를 다채롭게 조명한 책이다.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우리 조상의 삶 속에서 소나무가 차지했던 위상, 사라지는 소나무숲과 환경 문제를 비롯해 국내 대표적인 소나무숲과 소나무에 얽힌 흥미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04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과 일본의 산림 정책 비교 등 최신 연구 성과를 담고 사진을 업그레이드했다.

소나무의 역할은 정신적인 측면 못지않게 물질적인 측면에서도 컸다. 궁궐을 비롯한 옛 건축물의 축조는 소나무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왜적을 무찌른 거북선과 전함은 물론 쌀과 소금을 실어 날랐던 배는 모두 소나무로 만들었다.

소나무가 조선재로 이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농경 문화 발달로 땅을 개간하느라 산지가 크게 훼손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가 소나무였다.

해안가에서도 비교적 짧은 기간(80년 내외)에 재목으로 쓸 수 있을 만큼 잘 자라기도 했다. 목재를 쉽게 굽힐 수 없어 선재로는 결점이 있지만, 조선소 인근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송진 성분이 많아서 물속에서도 잘 썩지 않아 선박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나무로 자리 잡았다.

백자를 굽는 최상의 연료가 소나무였다는 사실을 아는지? 경기도 광주시 솔숲을 소개하는 대목에 시선이 꽂혔다. 조선백자도 솔숲이 있었기에 가능했단다. 예로부터 백자 가마에서는 숯이나 재가 남지 않고 충분한 열량을 낼 수 있는 소나무를 연료로 사용했다. 불티가 남지 않는 소나무는 백자 표면에 입힌 유약을 매끄럽게 해 질 좋은 백자를 굽는 데 최상의 연료였다. 철분이 많은 떡갈나무 같은 참나무류는 불티가 많이 생겨서 백자 표면에 붙는다. 그 불티는 산화철로 변해 유약을 바른 표면에 원하지 않는 자국을 내기 때문에 예열할 때 외에는 땔감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소나무 관련 기록이 700여 회나 수록돼 있다. 그중 많은 부분은 조선재, 궁궐재 등의 확보와 소나무 보호를 위한 송충이 구제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왕릉과 궁궐 주변에 소나무를 심고 가꾸었던 흔적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왕릉과 궁궐 주변에 특히 소나무를 심고 가꾼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소나무가 조선왕조의 생명수였다’라고 제시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흔적으로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 창경궁 명정전에 있는 ‘일월곤륜도’를 든다. 그림에 나타난 해와 달은 왕과 왕비를 상징하고 천하제일의 성산이라는 곤륜산은 왕실의 존엄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것은 왕실의 존엄을 나타내는 이 그림에 살아 있는 생명체로는 소나무만 그렸다는 점이다. 그림 속 소나무는 왕조의 무궁한 번영을 상징하는 생명수임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책의 묘미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소나무를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경북 예천군 석송령 소나무는 ‘천 평 땅을 거느린 만석꾼’이자 세금 내는 소나무다. 600여 년 동안 석평마을을 지켜본 증인인 석송령 소나무는 1215평의 대지를 소유하고 종합토지소득세까지 납부한다고 한다. 90여 년 전 이 마을에 살던 이수목이란 노인이 가졌던 토지를 이 나무 앞으로 기증하고 세상을 뜨자, 주민들은 그의 뜻을 모아 1927년 등기를 해 재산을 소유한 나무가 됐다. 강원도 삼척시 활기리 준경릉에 있는 미인송과 600살 먹은 정이품송의 결혼식 장면, 소나무에 막걸리를 주는 까닭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차고 넘친다. 전영우 지음/현암사/432쪽/3만 원. 

원문보기: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13018433552941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부산일보|2020-01-30 18:44:05 / 수정 2020-01-30 18: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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