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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O2/우리 몸과 운동이야기]단백질 보충제, 근육 키워주지만 지구력 높이는 데 도움 안된다/이대택(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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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식품

피곤에 찌든 몸을 조금이나마 더 수월하게 움직이기 위해,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다이어트를 위해, 아니면 그저 ‘몸보신’을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로 기능성 식품을 찾는다. 이런 식품이 요즘엔 매우 흔해져 심지어 전문가들도 이 ‘음식발명품’을 분류하느라 진땀을 뺀다.

고대에도 기능성 식품이 있었다. 그리스 시대의 운동선수들은 식물의 씨앗이나 버섯 추출물을 먹고 경기에 출전했다고 한다.

운동과 관련한 기능성 식품의 ‘자격 조건’을 정하자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운동선수가 기량을 발휘해 상대방을 능가하려면 신체의 특정 기능이 우월해야 하고, 동시에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아야 한다. 그 음식을 먹으면 이렇게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으면 기능성 식품의 자격이 있는 것이고, 대답을 망설이게 된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품이나 영양소에 이런 ‘기능’이 있는 것일까.

○ 세 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수들의 기량 증진과 스태미나 유지에는 우리가 흔히 3대 영양소로 알고 있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3가지만 있으면 된다. 너무 싱거운가? 과학적으로 널리 증명된 결과가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렇지만 이 3가지 영양소의 기능만 제대로 알아도 체력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탄수화물은 선수들의 ‘힘’을 보장한다. 쉽게 말해 주 에너지원이 된다. 직업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에 탄수화물을 주로 섭취하는 식이요법(탄수화물 로딩)을 이용하는 이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탄수화물은 쌀, 고구마, 감자 같은 식물성 식품에 많이 포함돼 있다.

지방은 탄수화물이 고갈된 후 몸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장거리 달리기와 같은 지구성 운동에서 특히 중요하다. 지방은 에너지 효율이 높다. 탄수화물 1g은 4Cal의 열량을 내지만 지방 1g은 9Cal의 열량을 낸다. 때문에 사람의 몸은 미래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남은 에너지를 효율이 높은 지방으로 쌓아두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소비하지 못하면 비만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말이다. 단백질은 힘을 쓰는 근육을 만드는 데 쓰인다. 옛 어르신들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고 입버릇처럼 말씀들을 하셨다. 하지만 실제로 힘은 밥을 먹어야 나온다. 고기는 힘을 쓰는 근육을 만들므로 ‘직접적 기여’는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볼 때 운동선수들은 이 3대 영양소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에게 요구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태릉선수촌에 있는 식당에서는 따로 기능성 식품들을 제공하지 않는다.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면서 충분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할 뿐이다. 경기를 앞두고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비율을 높이기는 하지만, 여타 다른 식이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특정한 몇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거의 보기 힘들다. 그래도 많은 선수가 메달을 딴다.

○ 단백질 보충제와 탄수화물 보충제?

그렇다면 사람들이 흔히 먹는 단백질 보충제는 어떨까. 스포츠센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불리려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단백질 보충제를 사용한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어떤 이들은 한 종류도 아니고 여러 종류를 사용하기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따로 근육을 키우는 약까지 구입해 복용한다.

이런 노력이 과학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웨이트 트레이닝과 병행하는 단백질 보충제 복용은 근육의 덩어리만을 키워줄 뿐, 근육의 다양한 조절능력이나 지구력까지 키워주지는 않는다. 엄밀하게 말해, 특히 선수들에게는 ‘기능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게다가 연예인들의 식스팩이나 S라인 만들기 성공담에서 들을 수 있듯이 계란 흰자와 닭가슴살, 고구마만으로도 근육의 부풀림은 가능하다. 굳이 단백질 보충제가 없더라도 말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왜 탄수화물은 따로 ‘보충’하지 않는 것일까. 위에서 ‘힘’을 내는 영양소가 탄수화물이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간단하다. 탄수화물은 싸고 쉽게 구할 수 있고 먹어도 긴 시간 동안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탄수화물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보통사람들은 섭취량을 더 늘린다고 해서 탄수화물 저장량을 더 늘릴 수 없다는 점이다. 탄수화물은 근육과 간에 저장되는데, 저장량은 몸의 운동량 또는 운동 경력에 비례한다. 보통사람들이 초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은 지방 형태로 저장돼 비만을 부를 뿐이다.

질문 하나 더. 일반인도 선수들의 식단으로 운동능력이나 지구력 향상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답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아니올시다’이다.

먼저 보통의 사람들은 선수들만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필요하지 않다. 선수들만큼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니 영양소가 더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둘째, 보통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일상적인 식단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거의 모두 충분히 보충한다. 지금 먹는 것만으로도 남아돌기 때문에 더 보충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셋째, 좋은 영양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은 그 영양소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요컨대, 가장 비싼 자전거를 가졌다고 해서 가장 빠르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리해보자. 선수들은 평소의 식단으로도 자신의 운동기량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경기를 앞두고는 탄수화물을 보충하는 식이요법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선수들의 식이요법을 따라 한다 해도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몸이 영양소를 제대로 저장하고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들도 기능성 식품과 보충제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구전에 의한 학습효과나 마음의 위안만 얻을 뿐이다. 그들에게도 골고루 충분하게 먹는 것이 최상이다.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20316/44832881/1

출처 : 동아일보 기사입력 2012-03-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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