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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1R당 2.69타 ‘운’ 좌우… ‘챔피언은 하늘이 정한다’ 입증 / 최우열(스포교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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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과 운의 비중

선수 253명 4년 통계·성적 분석
1위- 2위 타수차 평균 2.35 그쳐
‘2타차 이내 우승’ 전체대회 60%
운도 있어야 스포츠의 재미 더해

농구, 실력이 승패 88% 판가름
아이스하키는 운 영향이 53%나
EPL·MLB 운 비중 31%·34%

지난 2005년 한 판사가 억대 내기 골프를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피고인들은 약 6개월간 30여 차례에 걸쳐 6억∼8억 원의 판돈을 걸고 내기 골프를 쳐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당시 판사는 내기 골프는 도박이 아니므로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내기 골프가 도박이 되려면 화투나 카지노처럼 승패의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좌우돼야 하는데, 골프는 우연보다는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이 지배적으로 승패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내기 골프를 도박으로 간주한다면 홀마다 상금을 걸고 승자가 이를 차지하는 골프의 스킨스 게임이나 총상금을 놓고 경기를 하는 골프대회 역시 도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게 판사의 논리였다. 나름대로 일리는 있었으나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누리꾼의 약 90%가 판결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도 내기 골프로 뇌물을 주거나 재산을 양도하는 편법적인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어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결이 나면서 내기 골프 판결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는 잘 몰랐겠지만, 한 번이라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골프 라운드에 실력 외 요소들이 얼마나 작용하는지 경험으로 안다. 스포츠에서 기본적으로 실력이 승패를 가르는 주된 요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때로는 객관적인 전력과 달리 막상 실제 경기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결코 드문 일은 아니다.

월가의 유명 투자전략가이자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겸임교수인 마이클 모부신은 수학과 통계학 이론을 동원해 스포츠에서 종목별로 운과 실력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농구(미국 프로농구)는 승패의 88%가 실력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아이스하키(북미 아이스하키리그)는 운의 영향이 53%나 된다. 축구(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야구(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승패에서 운의 비중이 각각 31%와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골프 경기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연 얼마나 될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코놀리 교수와 리처드 랜들먼 교수가 4년 동안 253명의 현역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골퍼들의 경기 통계와 성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골프에서 라운드당 대략 2.69타가 운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투어에서의 우승은 실력 못지않게 상당한 운이 따라야 했다. 심지어 타이거 우즈와 같이 실력이 뛰어난 골퍼도 우승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운의 도움이 필요했다. 챔피언은 하늘이 정한다는 세간의 속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실제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PGA투어에서 매치플레이를 제외한 스트로크 플레이로 치러진 46개 대회에서 우승자와 2위를 차지한 골퍼의 평균 타수 차는 운에 의한 타수보다 적은 2.35타였다. 2타 이내로 우승자가 결정된 대회도 전체의 60%에 가까운 총 27개나 됐다. 동타로 연장전에서 승부가 결정된 대회도 전체의 4분의 1인 13개 대회에 이른다.

실력이 뛰어난 프로골퍼가 이 정도일진대 하물며 실력이 한참 떨어지는 일반 주말골퍼라면 운의 영향은 이보다 훨씬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고 경기의 승패가 우연적인 요소의 영향 없이 전적으로 실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뻔한 결과에 손에 땀을 쥐며 아슬아슬하게 경기를 지켜보는 스포츠의 재미와 즐거움이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운은 실력이 약간 처지는 선수에게 희망과 함께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게 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설사 대회 마지막 날 뜻밖의 2∼3타 행운으로 우승한 골퍼라 할지라도 나머지 3일 동안의 경기와 타수 대부분은 결국 그가 그동안 무수히 흘린 땀과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니 오늘 자신이 운이 없었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남아공의 전설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의 말마따나 운이란 것도 결국 연습하면 할수록 그에 따라 더 좋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226010326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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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문화일보|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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