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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론새평] 4·15 총선이 남긴 것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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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체제' 전수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는 끝났다. 결과는 190대 110이라는 유례없는 보수우파의 완패였다. 항상 정권심판론이 작동했던 집권 3년 차 선거에서 보수 야당은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막판 통합을 이루었음에도 유권자의 반응은 매정했다. 조국이냐 경제냐의 선택을 주장하며 기대했던 결집 효과도 없었다. 역대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모든 권력을 하나의 정치 세력에 몰아주지 않는 균형 감각을 보여주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달랐다. 이토록 유권자들이 야권을 엄중히 심판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지적한다. 방역을 잘한 우리나라를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이제야 우리가 선진국이 되었음을 느꼈고, 그것이 유권자들이 집권여당을 지지하게 만든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공천 파동이나 후보들의 막말, 황교안 전 대표의 리더십 부재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지엽적인 것일 뿐 본질은 아니다. 보수 정치세력 몰락의 근본 원인은 그들이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기득권에 집착한 수구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는 자유와 민주, 공정과 포용을 핵심 가치로 하며 명예와 품격, 경쟁과 창의,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봉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실천하기 위한 남다른 도덕성을 근본으로 한다. 총선 과정에서 보인 미래통합당 지도부와 후보들의 행태는 보수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온갖 꼼수를 부리며 의석 확보에 혈안이 되면서도 사과는커녕 이것이 당연하다고 강변했다. 자신들이 가진 알량한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원칙 없는 언행과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선거 막판에는 하루에도 두세 번씩 공천자를 바꾸었고, 스스로 그토록 비난해 왔던 현금 살포를 주장하며 돈으로 표를 사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왜 보수 정당에 표를 주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다가 먹혀들지 않자 견제론으로 돌아섰고, 그것도 안 되니 읍소 작전을 택했다. 통합만 하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정권을 심판하자고 하면 반(反)문재인, 반조국, 반더불어민주당 유권자들이 동참해 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등 정책 실패의 폐해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야당에 표를 주지는 않았다.

유권자들은 미래통합당을 선택하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을 선택하면 또 기득권에 안주하여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정치를 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국민의 아픔에는 공감하지 않고 자리 싸움과 부패 스캔들, 특권의식으로 거드름을 피울 것을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미래를 밝힐 비전이나 철학, 리더십과 감동 없이 이름만 미래로 포장한 정당을 끝내 버리고 만 것이다.

영남자민련으로 쪼그라든 미래통합당이 앞으로 보수 유권자들을 대표할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된다면 가능하다.

보수 정치세력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려면 수구적 태도를 버리고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원칙과 도리를 버리는 지금까지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 정치세력의 발목을 잡는 세월호 조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세월호 사건은 사고일 뿐이고 그 사고의 처리 과정에서 잘못이 있다면 낱낱이 밝혀 책임을 지우면 된다. 남북관계나 한미, 한일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 있어 무조건적 반대나 찬성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친기업과 친노동 중 어느 것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느냐를 판단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양극화가 심각하지만 우리가 어렵다고 미래 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넘기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심각한 재앙이 될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세대의 부담을 국민 모두가 분담하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권력은 국민을 위해 모두 함께 잘 살게 만들기 위한 수단임을 인지할 때, 보수 정치세력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부 jebo@imaeil.com

 

원문보기: https://news.imaeil.com/Satirical/2020042216075441255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출처 : 매일일보|2020.04.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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