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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수의 세상만사] 외계인이 선물한 옥수수 / 이길선(교양대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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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은 무엇일까??

밀? 또는 쌀? 놀랍게도 정답은 옥수수다. 이어 밀, 벼, 감자, 대두(콩) 순이며, 6위는 식용작물이 아닌 토마토다.

세계에서 옥수수가 밀이나 쌀보다도 더 많이 재배되는 작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쌀과 밀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식으로 삼는 작물이지만 옥수수는 군것질이나 추억의 음식인 '강냉이죽' 정도에만 활용되는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수수의 사용처는 우리가 통조림으로 많이 먹는 스위트 콘과 쪄서 달콤하게 먹는 길거리표 찐옥수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옥수수는 식용유와 전분의 주원료로 사용되며 이 전분으로 만든 액상 과당은 하루 세 끼 먹는 식사의 반찬에는 물론 과자, 젤리 등 다양한 먹거리에 들어간다. 사람이 먹는 옥수수의 양은 어쩌면 애교 수준일 수 있다. 인간이 먹는 것보다 가축이 먹는 옥수수의 규모가 훨신 더 크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친환경 원료인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이용되는 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탄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류가 강이 있는 지역에 정착하여 안정적으로 각종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잉여 생산물이 발생하고 실제 노동하지 않는 세력이 이를 가짐으로써 지배세력을 형성했으며, 이런 시스템이 점차 발전하면서 국가 또는 민족이라는 제도 및 문명이 형성되었다는 정도로 얘기할 수 있다.

각 문명권과 직접 관계된 작물은 어떨까?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의 주 작물은 보리와 밀이고, 인더스와 양쯔강 문명은 벼였으며, 황하 문명은 대두, 남미 잉카 문명은 감자였다. 중미 마야 문명이 옥수수였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재배하여 섭취할 수 있는 작물은 수 십 종을 넘지 않는다. 우선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생산량이 일정 수준 뒷받침되어야 하며, 영양소가 풍부해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해야만 키울 수 있는 작물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가장 많이 먹고 재배하는 작물이 고대 문명의 탄생에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문명의 기원에서 봤듯이 옥수수의 원산지는 중미이며 볏과 식물군에 속한다. 보통의 식물군은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다.그런데 옥수수는 특이하게 줄기 끝에 수술이 피고 줄기 중간에 암꽃이 맺힌다. 이 암꽃 부분이 자라서 옥수수가 되고, 씨앗인 알들은 여러 겹의 껍질들에 둘러싸이게 되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민들레는 씨앗이 바람에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솜털 같은 홑씨를 공 모양으로 만드는 것처럼 식물은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온갖 전략을 구사하면서 주변 자연을 이용한다. 반면 옥수수는 멀리 퍼뜨려야 할 씨앗을 누구도 가져가면 안 될 듯이 꽁꽁 싸매고 있다. 설령 알이 겉으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그 알이 저절로 땅에 떨어질리는 만무하다.

결과적으로 옥수수는 자신의 힘으로 자손을 남길 수 없다. 옥수수는 마치 농장의 가축처럼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자랄 수 없는 식물인 것이다.

마야의 전설에 따르면 신이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단군 신화에서 곰과 호랑이 중 곰이 사람이 되었다는 얘기가 곰을 숭배하는 부족이 호랑이 숭배 부족을 이겼음을 뜻하는 것처럼 마야의 신화가 전하는 핵심은 인간보다 옥수수가 먼저 세상에 등장했다는 의미이다.

정리해보자.

옥수수는 저절로 후손을 남길 수 없어 주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식물이며, 인간은 옥수수보다 늦게 세상으로 나왔다.

그럼 인간 이전의 옥수수는 누가 키웠을까? 일설에는 우주 생명체가 고대 인류에게 식량으로 삼으라고 옥수수를 전했다는 믿거니말거나 설화가 있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보고 사고한다. 인간은 옥수수쯤이야 마음대로 재배하고 이용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우주 생명체가 줬는지, 진화의 과정이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다만 옥수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참 가소로운 일이다.

혼자 힘으로 종자 하나 퍼뜨리지 못하는 존재가 인간의 손을 빌려 전세계로 퍼져 가장 많이 생산되는 품종이 되었다. 옥수수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후손을 퍼뜨린 식물이 된 것이다.

옥수수의 의도대로 인간이 움직인 것이다.

글. 이길선 국민대학교 교수. 많은 이들이 공동체적 가치를 갖고 함께 도우며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정치·사회·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 벤처회사에 투자 및 조언을 하고 있다. gslee@kookmin.ac.kr


원문보기: http://www.kdf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6360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출처 : 한국면세뉴스|2020.05.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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