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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규 건축이 삶을 묻다] 한 곳에만 살 수 있나? 언제 어디로든 떠난다 / 장윤규(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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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추진 중인 미래형 도시. 도시와 자동차, 이동형 주택이 첨단 정보기술로 연결된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추진 중인 미래형 도시. 도시와 자동차, 이동형 주택이 첨단 정보기술로 연결된다.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 집도 이동하는 세상이 다가왔다.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집도 움직일 수 있다는 상상이 점차 현실로 되고 있다. 사실 움직이는 집은 새롭지 않을 수 있다. 몽골 유목민의 전통가옥 게르는 요즘에도 꽤 매력적이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술 결합
이동형 첨단주택 머지않아 탄생
침실·거실·주방 등 경계 사라져
스스로 움직이는 도시도 나올 듯

서구사회에서 이동형 주택은 20세기에 들면서 유행했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관련이 깊다. 21세기 초 철도 건설과 도시 개발 붐으로 예전 사람들이 거주해온 오두막과 주거지가 파괴되는 위험에 빠졌다. 예컨대 1920년대 캐나다 새스커툰 호수 주변의 작은 주택가에 철도가 들어오고, 지역 공동체가 무너질 지경에 이르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비상조치를 취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마을을 지키려 했다. 집과 상점을 썰매에 싣고, 이를 말에 달아 몇㎞를 끌어다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이러한 형태의 주택 이동은 당시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나무로 만든 집은 말뿐 아니라 철도로도 쉽게 옮길 수 있었다. 주택·건물이 대지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디든 필요한 곳으로 이동해왔다는 역사를 입증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현재에도 말을 대신해 승용차·트럭 등에 집을 달고 옮겨 다니고 있다. 농막 같은 소규모 이동주택도 인기를 끌고 있다.
 
건축이 특정 장소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 원하는 장소에 갈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이 건축가들의 상상력을 지속적으로 자극해왔다. 이 상상력이 개별 주택을 넘어 도시적 스케일로 확장되기도 했다.
  
중국이 꿈꾸는 ‘모바일 차이나타운’
 
중국 건축가 그룹 MAD가 구상한 ‘수퍼스타’, 별 모양 도시가 전 세계를 여행한다.

중국 건축가 그룹 MAD가 구상한 ‘수퍼스타’, 별 모양 도시가 전 세계를 여행한다.

1960년대 영국 건축가 그룹 아키그램(Archigram)이 제안한 ‘걸어 다니는 도시(Walking City)’가 대표적이다. 건축물이 유기체처럼 발이 달려 움직인다는 공상과학과 히피적 자유스러움이 결합했다. ‘아방가르드적 상상력’이 탁월한 이 유기적 조직체는 건물인 동시에 운송수단이다. 집이 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는 발상의 전복을 시도했다.
 
2008년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중국 건축가 그룹 매드(MAD)가 제시한 ‘수퍼스타: 모바일 차이나타운’은 더욱 전위적이다. 별 모양의 이동도시를 구상했다. 지구촌 곳곳의 낡고 침침한 차이나타운을 디지털 세상에 맞게 바꿔보자는 취지에서다. 일단 도시 자체가 전 세계 여기저기로 돌아다닐 수 있다. 모든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고, 폐기물 또한 100% 재활용하는, 자율진화형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중국 건축가 그룹 MAD가 구상한 ‘수퍼스타’, 별 모양 도시가 전 세계를 여행한다.

중국 건축가 그룹 MAD가 구상한 ‘수퍼스타’, 별 모양 도시가 전 세계를 여행한다.

이 도시에는 1만5000여 명이 거주한다. 건강 리조트, 스포츠 복합시설, 식수용 호수, 심지어 디지털 공동묘지까지 갖추고 있다. 형상은 마치 외계에서 날아온 우주선 같다. 필요할 때마다 세계 각국에 착륙해 그곳의 도시와 에너지와 환경을 교환한다. 도시의 안정성과 변화를 함께 이뤄내는 셈이다. 기술과 자연, 미래와 인류가 융합되는 시스템이다.
 
디지털 노마드 시대, 움직이는 자동차 또한 집이 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도시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벌써 60여 년 전 일이다. 1956년 미국 전력회사가 전기 자율주행차 광고를 내보냈다. 사람 대신 전기가 운전자가 되는 내용이다. 고속도로·일반도로 가릴 것 없이 전자기술에 의해서 자동차의 속도와 방향이 자동 조절된다. 스스로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게임을 즐기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광고 내용이 마치 2020년 오늘을 예견하는 것 같다.
 
1920년대 말의 힘을 이용해 움직인 캐나다 목조주택.

1920년대 말의 힘을 이용해 움직인 캐나다 목조주택.

현재 스마트 모빌리티에 가장 관심이 큰 곳은 자동차 관련 대기업들이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모바일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숱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무인자동차)는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사람의 개입 없이 움직이는 차량이다. 레이더, 레이저 광, GPS, 주행거리 측정장치 등 다양한 기술이 동원된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교통 표지판을 구별하고, 장애물을 피해서 가고, 최적의 교통 경로를 탐색한다.
 
1956년 미국 전력회사의 전기 자율주행차 광고.

1956년 미국 전력회사의 전기 자율주행차 광고.

자율주행차의 혁신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율 도시 시스템이 떠오르고 있다. 덴마크 건축가 비아케 잉겔스가 올해 초 일본 도요타 자동차와 함께 제시한 ‘도요타 우븐 시티’(Toyota Woven City)가 시사적이다. ‘직조(織造) 도시’를 뜻하는 도요타 시티는 도로가 그물 형태로 연결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첨단 정보기술의 집합체를 닮았다. 마치 살아있는 실험실과 같은 도시로, 인큐베이터 캠퍼스와도 같다. 자율주행차와 로봇,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과 서비스로 도시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다. 도시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수소로 해결한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미래형 도시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탄소 중립 사회를 목표한다. 차량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에 새로운 균형을 찾는 도시를 제안한다. 도로를 빠른 차량, 느린 차량, 보행자 전용으로 구분하고, 도로에는 도요타가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가 운행한다. 자율주행차는 사람·물건을 수송하는 것 외에도 광장 등에서 이동형 점포로도 활용된다. 자율주행차 내부도 일본 전통 주거 형식인 다다미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 도요타 시티는 올해 폐쇄되는 후지산 기슭의 도요타 공장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며, 내년에 착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가 장윤규가 고안한 ‘자율주행 주택’. 바퀴가 달린 개별 공간이 하나의 집을 구성한다.

건축가 장윤규가 고안한 ‘자율주행 주택’. 바퀴가 달린 개별 공간이 하나의 집을 구성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인간은 운전대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 자동차 자체가 이동하는 공간, 혹은 주택·건축으로 변모할 수 있다. 필자 또한 미래형 자율주행 주택집을 생각해본다. 자동차가 집이 되는 것을 넘어 집 자체가 자동차가 되는 가능성을 주목해봤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 집 가운데에 자체 충전 기능을 갖춘 허브(Hub) 공간을 마련한다. 그 둘레에 바퀴가 달린 각각의 방을 배치한다. 개별 공간인 거실·주방·침실·서재 등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예컨대 회사에 출근하거나 여행을 할 때, 용도에 맞게 방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동 중에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도시의 기초 단위인 집이 달라지면 도시구조 또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집 자체가 주차공간이 될 것이다. 자동차가 드론 항공 기술과 만나면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탄생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도로라고 불리는 공간이 줄어들고, 결국엔 사라질지도 모른다. 혼잡한 도로 자리에 쾌적한 공공공원이 들어설 수도 있다.
 
자율주행 주택과 움직이는 도시, 머나먼 SF영화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60년 전 상상한 자율주행차가 도시를 누빌 날이 머지않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대변환은 인류가 그간 쌓아온 이동성 욕망을 더욱 증폭시킬 게 분명하다. 새롭게 등장한 과학기술은 우리의 삶과 일, 인간관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혁명의 문 앞에 서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축 실험
미래형 건축

미래형 건축

1961년 설립된 영국의 전위적 디자인 그룹 아키그램(Archigram)은 60~70년대 세계 건축계에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콜라주와 그래픽·만화 등의 팝 문화적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표출한 드로잉으로 미래형 건축(사진)을 시도했다.
 
아키그램이라는 이름은 건축(Architecture)과 전보(Telegram)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무의미해지고 척박해진 영국 주류 건축·디자인계에 띄우는 긴급 전보라는 의미를 담겨 있다. 그들의 시도는 도발적이었다. 구체적으로 대양을 가로질러 목적지를 향해서 걸어 다니는 도시, 구성·해체가 자유로운 조립식 도시와 주거지, 유랑민을 위한 1인용 주택 등이다. 20세기 초·중반의 기능주의를 뛰어넘는 실험적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키그램의 발상을 실현한 실재 건축물은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도시와 집, 건축적 대안을 모색한 그들의 창의적 도전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축계에 더욱 강한 힘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건축가들이 전대미문의 역병을 이겨낼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현실을 진단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건축가의 책무는 60년 전 아키그램의 정신과 직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건축 대표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79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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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2020.06.0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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