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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호의 눈]금지된 사랑 / 윤동호(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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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사람 만나는 것을 조심하게 하고 신체접촉을 꺼리도록 하지만, 서로가 원하는 신체접촉은 친밀감과 사랑의 표시다. 그런데 서로가 원하는 신체접촉을 사랑이 아니라 간음·유사간음·추행으로 부르기도 한다. 은밀한 육체적 사랑과 형법은 어울리지 않지만, 형법이 금지하는 사랑이 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그 배우자 아닌 이성과 성교하는 것은 간음이다. 이를 간통죄로 부르고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했지만 형법에서 2016년 1월, 62년 만에 사라졌다. 헌법이 보장하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헌재의 위헌결정 이유이다.

13세 미만 사람의 신체접촉도 그가 원할지라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 13세 미만 사람이 동의하더라도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그와 어떠한 신체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 형법은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과 동일하게 보고 있다. 13세 미만 사람은 외부의 부적절한 성적 자극이나 물리력의 행사가 없는 상태에서 심리적 장애 없이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과 신체접촉을 하는 것도 올해 5월 19일부터는 금지됐다. 13세 이상 16세 미만도 13세 미만 사람처럼 성적 자기결정권의 의미를 올바로 인식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행사하기 어렵다고 간주한 것이다. 19세 이상이 16세 미만의 사람과 친밀감을 쌓아서 심리적 의존관계를 형성한 후 이를 이용해서 동의를 얻어 신체접촉을 할 수 있고, 이는 육체적 사랑이 아니라 ‘그루밍(grooming) 성범죄’라는 것이다. 그루밍 성범죄를 비롯해 성폭력범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온라인 채팅앱이나 게임 등을 통해 19세 이상 사람이 성범죄를 목적으로 16세 미만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처벌하기 위해 지난 5월 19일 성범죄의 예비·음모죄(3년 이하 징역)를 신설했다.

 군인의 육체적 사랑도 군형법은 유사간음·추행으로 부르고 금지하고 있다(제92조의6). 헌재와 법원은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 생활과 군기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남성 군인의 동성애만 처벌한다. 한 해 평균 한 건 정도. 그 장소가 병영 외부의 사적 공간인 경우도 처벌한다. 법정형도 무겁다. 폐지된 간통죄의 형량과 같다. 18세와 16세 간의 육체적 사랑을 금지하지 않는 것에 견줘보면, 성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군인이라는 이유로, 남성이라는 이유로, 동성애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허용하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모순이다. 군 기강의 해이와 동성애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문제가 다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위헌결정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간통죄처럼.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24&artid=202006191522311&pt=nv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출처 : 주간경향|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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