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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글꼴 만든 癌 박사 “순종 황제 칙서의 단아함에 반했죠" / 김민(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박재갑·김민 교수 ‘재민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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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원개원칙서’에 기반한 디지털 글꼴 ‘재민체’를 개발한 박재갑(오른쪽)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민 국민대 교수가 6일 서울대병원 대한의원 2층에 전시된 글꼴 앞에 섰다. 해당 글꼴은 8일부터 ‘공유 마당’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짐이 생각하건대 국운의 성쇠는 국민의 건강과 질병에 연유함이 많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내 대한의원 건물 1층 로비에는 이 같은 내용의 ‘대한의원개원칙서’(국가등록문화재 제449호)가 걸려있다. 1908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이 서울대병원의 전신 대한의원 개원을 허하는 칙서다. 박재갑(72)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이 글씨의 단아한 멋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틈틈이 붓글씨로 모사했다. 작년 설, 새해 문안을 위해 박 교수를 찾은 김민(59)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글씨를 보고 “현대적으로 개발하면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의원개원칙서’에 등장하는 33자 한글 자소(字素)에 기반한 2350자 완성형 디지털 글꼴 ‘재민체(在民體)'가 8일부터 무료 배포된다. 글꼴 이름은 박 교수와 김 교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왔고, 주권재민(主權在民)에서도 착안했다. 병원이라는 특수 공간에서 비롯된 이 글은 ‘생명’의 의미를 관통한다. 천상병·윤동주 글씨 등을 한글 글꼴로 개발해온 김 교수는 “황제가 백성의 건강을 염려한 지점, 박 교수가 한평생 걸어온 의학의 길을 글씨라는 그릇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제의 한글 말살 정책 이전 황제 옆에서 당대의 명필이 남긴 필체를 꼭 복원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작업에 1년 6개월이 소요됐다.

 

 


순종의 국한문 혼용 '대한의원개원칙서'(위)와 이번에 새로 개발한 '재민체'로 다시 쓴 순한글 '대한의원개원칙서' .

처음엔 글꼴 100여 개 정도만 제작해 서예 전시로 그칠 예정이었지만,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계획이 바뀌었다. 김 교수는 “박 교수와 함께 공부 삼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을 방문해 독감과 역질에 관한 고문서를 살펴보며 사명감이 생겼다”며 “누구나 타자로 치면서 즐길 수 있는 유산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판이 커지면서, 박윤정 국민대 겸임교수 등이 조력자로 합류했다.

 

‘재민체’의 조형적 핵심은 외유내강이다. 권위 서린 강건함을 강조하기 위해 돌기 부분의 힘을 살렸다. 획의 끝부분을 휘게 하지 않고 직선으로 펴거나, 다소 날씬한 세로쓰기용 글자를 가로쓰기용으로 변환하면서 키를 줄여 조금 뚱뚱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글꼴은 전시로도 소개된다. 코로나 시대를 연상케 하는 1750년 ‘역질 관련 영조 윤음’(綸音), 1798년 무명자 윤기의 ‘무오년 독감’ 등을 ‘재민체’로 옮긴 서예 작품이 다음 달 12일까지 대한의원 2층에 내걸린다. 다만 코로나 탓에 당분간 유튜브 영상으로만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얼마 전 축구 선수 황의조의 프랑스 소속팀이 한글날을 맞아 한글 유니폼을 선수들에게 입힌 것을 보고 ‘이제 한글이 세상의 중심에 서고 있구나’ 느꼈다”며 “이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더 넓은 디지털 세상으로 소환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들의 목표는 내년 한글날 한문 4888자를 ‘재민체’로 선보이는 것이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0/10/07/4RTDXFJ7RJFTDFVKZ6VHFMXN3E/?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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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2020.10.07. 03:00
정상혁 기자 -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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