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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g’ 공, 용품시장 비중 25%로 급성장… 우즈까지 광고모델 나서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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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품시장의 변화

 미국서만 연 5억개 공 잃어버려
 용품업체 새 ‘황금알 거위’ 부상
 첨단소재 개발·마케팅 거액 투자

 과거 高價 드라이버가 최대 시장
 금융위기후 자주 안 바꿔 침체기

 

지난해 한 골프공 광고에 모델로 출연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서툰 한국말로 연신 “타이거 우즈볼 좋아요!” “최고예요” “대박!”을 외쳐 많은 국내 골퍼의 눈길을 끌었다. 그 광고가 실제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모르긴 해도 우즈의 팬이라면 계속된 NG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고 그 어려운 한국어 발음을 비슷하게나마 흉내 내려고 애쓴 그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한 번 정도는 그 공을 사주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 역시 우즈가 좋다고 한 말에 홀려 그 골프공을 샀으니 말이다.

지름 4.3㎝, 무게 46g이 채 안 되는 이 작은 골프공이 도대체 뭐라고 천하의 우즈에게 “좋아요!”와 “대박!”을 외치게 했을까? 전통적으로 골프공은 전체 골프용품 시장에서 규모, 영향력을 따졌을 때 주류가 아닌 보조적 지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골프공은 골프용품 업계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골프용품 시장을 품목별로 나눠봤을 때 지금까지 가장 큰 시장은 단연 드라이버. 일단 클럽 하나에 50만∼100만 원을 호가한다. 고반발 등 비싼 것은 200만 원이 훌쩍 넘기도 한다. 라운드 중 골퍼들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드라이버샷의 정확성과 거리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고, 또 가장 자주 교체한다.

그런데 골프용품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과거 골프용품 업체들은 매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기존 제품을 구형으로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새 클럽으로 교체를 유도하는 이른바 ‘의도적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 전략으로 꽤 짭짤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골프규칙으로 클럽의 성능을 제한하면서 기술혁신 속도가 완만하게 꺾였다. 예전만큼 클럽 교체로 급격한 기량 향상을 체험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골퍼들의 드라이버 교체 주기가 눈에 띄게 길어졌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골퍼의 61.4%가 드라이버를 2년 넘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이상 사용한다고 응답한 골퍼도 30.3%나 된다.

인터넷의 발전과 골퍼들의 소비 행동 변화도 골프클럽 시장 침체에 일조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대신 인터넷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온라인 매장에서 클럽을 구매하는 골퍼가 점점 늘었다. 2016년 골프용품점의 대명사로 미국 전역에 100여 개 매장을 뒀던 북미 최대의 골프용품 유통업체 골프스미스가 파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용품업체 입장에서 골프공 시장의 매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구재인 골프클럽과 비교해 소모품에 가까운 골프공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시장변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골프용품 시장에서 골프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0∼25%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공은 18홀 라운드 동안 모든 샷에 사용되는 단 하나의 장비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골퍼들은 한 라운드에서 평균 6∼10개의 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개 이상 잃어버리는 골퍼도 전체의 22.2%나 된다. 미국에서도 골퍼 1명이 잃어버리는 골프공의 수는 라운드당 평균 4.5개로 이렇게 골퍼들이 잃어버리는 골프공이 한 해에만 약 5억 개에 이른다.

연간 3600만 명이 넘는 골퍼가 골프장을 찾는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골프 시장이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우즈가 골프공 광고에서 “대박!”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골프공 시장의 몸값이 이렇게 치솟자 작은 골프공을 놓고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골프용품 회사들이 사활을 건 전쟁에 나섰다. 엄청난 연구·개발(R&D) 비용을 쏟아부으며 하루가 멀다고 신제품을 내놓고 골프공 개발과 마케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골프공을 제작하지 않던 업체들마저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골프공은 처음 돌멩이로 만들기 시작해 나무, 거위 깃털을 채운 가죽공으로 진화했고 천연고무 수액 뭉치로 그 소재가 점차 발전했다. 요즘 공의 코어는 합성고무의 일종으로 타이어에 쓰이는 폴리부타디엔이, 제일 바깥의 커버 소재는 우레탄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최근 골프공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장강도가 강철의 200배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얇고 단단한 물질인 그래핀을 사용하거나, 스포츠 시력 기술을 적용해 배열 시력을 높임으로써 퍼팅 성공률이 향상되는 골프공이 새롭게 나오는 등 혁신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32501032439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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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화일보|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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