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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밤을 빛내는 '미디어 파사드'의 혁신적 선두주자] 영상디자인학과 하준수 교수를 만나다

날짜 2020.10.21 조회수 4303


 

늦은 밤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고층 건물 외벽에 형형색색의 LED조명이 아름다운 영상이 연출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미디어 파사드라고 부른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Media)와 건물의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가 합성된 용어로, 건물 외벽을 스크린을 활용하여 빔프로젝터 빛을 투영시켜 3D 가상현실과 다양한 창조물을 제작하는 기법을 뜻한다. 시각적으로 다양하고 이색적인 연출 효과를 낼 수 있어 도시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대학에 이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며 대 · 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전문가가 있다. 조형대학 영상디자인학과 하준수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조형대학 영상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융합미디어디자인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하준수입니다. 반갑습니다.

 


 

Q. 영상디자인학과는 다른 디자인계열 전공과 달리 설치되어 있는 대학이 많지 않아,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전공입니다. 교수님께서는 학부 · 석사과정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셨으며, 국민대 영상디자인 분야에서 교육 · 연구를 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저는 학부에서 공업,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 이어서 석사과정은 미국의 월트디즈니에서 세운 종합예술학교인 칼아츠(CalArts,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Film & Video를 전공했습니다. 사실, 자동차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산업디자인학과를 진학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 분야에서 너무나 뛰어난 친구들이 많더군요. 그때 제 꿈을 꺾은 분이 지금 조형대학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에 교수로 계시지요.(웃음) 이후에 시간예술의 정수인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공을 조금 확장했습니다. 결국 디자인과 영화를 연구한 배경이 자연스럽게 지금의 영상디자인으로 수렴된 것 같습니다. 2005년 영상디자인 전공 교수로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에 임용된 후 2010년 영상디자인학과를 새로 열며 지금까지 연구와 교육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 영상디자인학과 하준수 교수는 그간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미디어파사드 작품을 제작해왔다. 올해 5월에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전라도 광주에 있는 전일빌딩에 작품명 <뼈와 꽃, Bones and Flowers>으로 추모영상을 제작했다. 총탄 자국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추모관의 핵심층이자 건물의 맨 꼭대기 층인 10층의 로 명명된 전시실 3개 벽면에 상영되어 호평받았다. 이 작품은 서울 상암동에서도 공개되기도 했다.

 


 

Q. 5.18민주화운동을 추모하며 제작하신 <뼈와 꽃>은 의미가 있으면서도 심미적인 아름다움까지 갖춘 창조물로 높은 평가를 받으셨습니다.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1980년 일어난 5.18민주화운동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한국 근 · 현대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상당이 크지요. <뼈와 꽃>은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추모하고 그 의미를 새기기 위해서 제작된 작품이고, 그런 만큼 광주에서 최초로 공개될 수 있어서 의미가 컸습니다. 작품 속 백골인 ‘뼈’는 부정할 수 없는 그분들의 ‘희생’을 상징합니다. 백합인 ‘꽃’은 ‘추모’를 의미하고요. 제목처럼 뼈와 꽃만 작품에 등장하는 것도 큰 특징이지요, 화면길이가 80m 정도로 굉장히 긴 편이고 초고해상도 작품이라 매우 사실적인 뼈와 꽃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이유는 5.18민주화운동은 회피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서 미래를 만들어갈 지금 세대가 그 의미를 정확히 마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준수 교수는 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서도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 지난 6월에는 학생들과 함께 서울 월드컵공원에 야간에도 화려하게 빛나는 LED 패널 영상을 제작했다. 별 자리 공원을 상징하는 영상 콘텐츠를 모션그래픽 기법을 활용하여 아름답게 꾸며냈다. 이 작품에서는 ‘꽃’을 소재로 서울시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상징화(花) 10종을 조화롭게 표현하여, 화합된 도시 서울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취지로 제작됐다. 거대한 꽃 위를 걷는 듯한 초현실적 경험 제공을 통해 시민 공원으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제고하고 서울에 예술과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Q. 영상디자인의 여러 분야 중 미디어파사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또한 미디어파사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소재나 주제 선택의 기준과 주로 어떠한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미디어파사드는 영상의 영역이지만 건축과도 관계가 긴밀해서 학술적으로는 ‘건축영상’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속성이 전혀 다른 두 개로 보일 수 있지만,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종합예술이라는 관점에서는 공통점이 크지요. 그래서 저는 미디어파사드를 시공통정(時空通情, 시간과 공간의 로맨스)라고 부릅니다. 서울 토박이로 살아온 저는 서울의 도시문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자연스럽게 서울의 건축과 제 전공 분야인 영상 · 미디어와의 연계를 늘 생각했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 자체가 저에겐 큰 영감입니다. 다만, 미디어파사드는 공공예술이기 때문에 작가의 개인적 관점과 더불어 공익성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는 점이 있어 작가로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영상 특유의 예술적 가치를 품고 있으면서 동시에 시민들의 쉽고 친근한 감상이 가능하도록 공익성을 담아 종합적인 감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미디어파사드는 현재 대중들에게 널리 보편화되어 있는 문화예술이긴 하지만, 여전히 생소한 부분 또한 없지 않은 분야입니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국내의 미디어파사드의 질적 수준이나 영향력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 궁금합니다.

A. 미디어파사드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작품이 최근에는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뛰어난 작품이 많지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도시문화, 공공예술로서의 본질적인 고민이 담긴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서울시가 미디어파사드를 서울의 도시 경쟁력 중 하나로 활성화하려는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작품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 역시 지난 해 서울시로부터 DDP 미디어파사드를 서울의 문화자산으로 개발하는 연구용역을 수주하여 진행하였습니다. 다만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고 공공기관의 개입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작가의 예술적 시도가 그러한 제작의 환경에 지나치게 구속되지 않고 자율성이 보장되는 풍토의 정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여러 작품을 진행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또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아무래도 최근에 작업한 <뼈와 꽃>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네요.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 6개월 정도가 걸렸으니까요. 작품을 제작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의 ‘소통’ 부분인 것 같습니다. 미디어파사드는 혼자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공적 영역의 작업이기 때문에 발주처와 기획사와의 의사소통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한 첨단광학(光學)과 같은 기술적 측면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기술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가장 큰 보람은 시민들이 제 작품을 즐길 때이죠. 도시의 야간문화가 품위 있고 다채로워지며 풍성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Q. 정부나 공공기관과 함께하는 작업은 까다롭지만 체계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대략적인 진행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제안 요청 -> 소재선정 -> 제작 -> 수정 등)

A. 순수예술의 관점에서 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를 풀어내기만 하면 되지만, 공공예술의 관점에서 본다면 여러 절차와 조건이 수반됩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작 목적과 의도를 분명히 세우고 이를 예술성 높은 작품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최 측에서 공모를 내면 그에 맞추어 기획안을 세우고 때로는 경쟁 프리젠테이션의 과정까지 거치기 때문에 세심한 계획 수립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작품의 구조가 완성되면 샘플 영상을 통해 테스트 작업을 진행합니다. 기술적으로 발현이 잘 되는지도 살펴보고 공익적으로 내용이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작업이지요. 이후에 계속 피드백과정을 거친 후 완성작이 탄생하게 됩니다.

 


 

Q. 현재 준비하고 계신 작품이 있거나, 출품 계획 중이신 작품이 있다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리고, 국민대 학생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달 부탁드립니다.

A. <뼈와 꽃>의 후속작품 격으로,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영원으로, To Eternity>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전시합니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기록한 방대한 사진 데이트를 인공지능에 의해 선별하여 참여 관객의 초상화로 전환시키는 실시간 미디어아트입니다. 특히 5.18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는 5.18기념재단 사진 아카이브의 4,000여 점을 작품에 사용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40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5월의 광주 한가운데 있는 듯한 경험을 하도록 연출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관람객이 단순히 영상을 바라보는 수동적 행위에서 벗어나 흰 국화를 아카이브 속 광주 시민에게 헌화하며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위를 통해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 퍼포먼스의 성격이 강한 작품입니다. 꽃을 든 관람객의 동작을 컴퓨터가 인식하여 5.18 사진으로 모자이크 초상화를 만들면 이 초상화가 전시 기간 중 계속 아카이빙되는 끝없는 순환적 구조를 지니게 됩니다. 지금의 우리 초상과 40년 전 광주의 모습이 서로 마주 보도록 두 개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제작에 함께 참여한 우리 대학 재학생들이 영상디자인은 물론 코딩까지 직접 맡아 진행하여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융합하는 영상디자인학과 미디어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있다면 해 주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시도하라”는 것입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담아낼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좋은 생각과 열정,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충분히 멋진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조형대학이나 예술대학 학생이 아니어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공계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미 소프트웨어 활용, 프로그래밍 기술을 습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만 좋다면 더욱 뛰어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능과 노력의 두 날개가 있다면 더욱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