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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동정

2021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자에게 드리는 축하 메시지

행사일 2022.08.17 조회수 195

 

임홍재 국민대학교 총장 축하 메세지

 

사랑하는 졸업생, 존경하는 학부모님과 내외 귀빈 여러분!

 

먼저, 무더위와 폭우가 남긴 후유증이 가시지 않는 날,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말없이 자녀들을 뒷바라지 하시느라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으셨을 학부모님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저는 틈나는 대로 K*힐링코스라고 이름 지은 이 길을 걷곤 합니다. 1.2킬로미터, 짧다면 짧은 거리입니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다른 풍경으로 다가오는 이 길이 짧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봄날엔 새싹과 꽃잎을 데려오는 바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름날엔 초록 물결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풀벌레 소리가 자욱합니다. 가을날엔 노란 은행잎을 앞세우고 온갖 색채들이 구석구석까지 번집니다. 그리고 겨울날엔 북악산 정상에서 달려와 지나온 날을 감싸는 눈송이의 감촉이 서늘합니다. 

 

자연의 풍경뿐이겠습니까. 곳곳에 여러분이 지나온 시간이 쌓여 있을 테고, 여러분의 숨소리와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기쁨 가득한 가슴으로 뛰듯이 이 길을 걸었겠지요. 때로는 부끄러움에 짓눌린 채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때로는 아픔에 하소연할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 모습 하나 하나가 오랫동안 이어질 우리 대학의 이야기이자 풍경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열정과 고뇌와 환희와 상처가 홍매화나무에, 은행나무에, 목련나무에, 소나무에 나이테로 남아 이 캠퍼스의 깊디깊은 풍경을 이룰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코로나19라는 반갑지 않는 손님과 더불어 어렵사리 대학 생활을 지나온 여러분은 또다시 새로운 길 위에 섰습니다. 길은 어디에나 있는 듯하지만 내가 가야 하면서도 가고 싶은 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가 두 길이 갈라지는 지점이라고 합시다. 한쪽은 훤하게 뚫린,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길입니다. 다른 한쪽은 길이 아닌 듯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 험난한 길입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겠습니까. 

 

평탄한 길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길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요. 그런데 스스로 간절하게 원하지 않는데도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야겠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내면의 요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이 개성적이고 독립적이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다수가 선택하는 길에 대해 한번쯤 깊이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사랑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정해진 길, 그러니까 남이 정해 놓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길을 찾고, 또 선택해야 합니다. 길이 하나가 아닌 까닭에 선택의 순간도 한 번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서 여러분은 많은 사람과 사물을 만날 것입니다. 때로는 존재의 경이로움에 탄성을 지르기도 할 것이며, 때로는 관계의 비루함에 몸서리를 치기도 할 것입니다. 기쁨에 떨기도 할 것이며, 환멸의 늪에 빠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을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떠안고서 길을 걸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길이니까요.

 

그 길 떠날 때 꼭 챙겼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망원경과 현미경입니다. 망원경을 들어 하늘의 무늬와 오랜 세월이 남긴 길들을 찾아보십시오. 현미경을 들어 풀잎의 떨림과 인간의 내면에 흐르는 기운을 만나보십시오. 망원경적 상상력과 현미경적 상상력이 혼융하여 빚어내는 무늬들이 여러분의 풍요로운 삶의 무늬로 스며드는 황홀한 순간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거시적 시야와 미시적 시선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여러분은 인생의 비약을 경험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여러분이 떠나고 나면 후배들이 다시 빈자리를 채울 터이지만, 여러분의 함성과 웃음 그리고 이야기는 오래오래 남을 것입니다. 만남은 헤어짐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이 수없이 되풀이되는 과정인지도 모르지요. 여러분은 국민대학교에서 짧지 않은 청춘의 시간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습니다.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까운 훗날 아니면 먼 훗날, 청춘의 시간이 그리워지거든 젊은 시절의 이야기들이 웅성거리는 캠퍼스를 찾아오십시오. 성곡동산 등나무 아래에서, 민주광장 잔디밭에서, 강의실 구석에서, 아니면 도서관 옆 계곡에서 오래된 사연들이 여러분을 마중할 테니까요.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매미 울음소리 사방에 가득합니다. 이 계절이 지나면 하늘은 높아가고 코스모스의 손짓도 한결 싱그러워지는 가을이 찾아올 것입니다. 축하의 합창처럼 들리는 매미 울음소리 뒤로한 채 더 넓고 높은 곳을 향해, 자신만의 ‘다른 길’을 찾아 떠나는 여러분에게 국민대학교와 함께한 시간이 믿음직한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마음 깊이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코스모스 졸업’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