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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광장] 방송 개혁과 패러다임 업데이트 / 신홍균(법학부) 교수

날짜 2017.06.23 조회수 5628

나름 보수인지 진보 정파로 구분되는 정당이 정권 획득에 성공하면 방송개혁이라는 문구가 뒤따라 등장해왔다. 개혁의 주 타깃은 공영방송이었다. 사장이 바뀌고 이사가 바뀐다.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방송법 개정 작업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한번에 정당화하는 개념이 방송의 공공성 강화였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방송은 변화했다. 방송의 공공성이 특히 변했다. 과거에 방송의 공공성은 소수의 지상파 방송이 달성할 책무였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상파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은 필자가 보기에는 반토막났다. 예컨대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광우병 관련 촛불은 한 지상파 방송사의 탐사보도프로그램이 촉발했지만 지난해의 촛불은 종편과 SNS가 촉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정도로 쪼그라든 사회적 영향력을 두고서 지상파 방송사의 공공성 책무를 논하느니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한 패러다임의 하나가 시장론이다. 예컨대 사상의 자유시장론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판단 근거이기도 했다. 방송이나 신문과 같이 사회적 쟁점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는 것, 그것이 상품의 자유로운 시장처럼 최선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지난 촛불로부터 비롯된 우리의 경험을 되짚어보면, 우리의 방송도 이제 상품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경쟁의 상태에 충분히 비유될 수 있다. 예컨대 저녁 9시 뉴스에 나올 보도내용은 이미 오전 오후 내내 종편에서 다룬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종편 출연자들은 SNS에 유통되는 내용을 각색하기에 바쁘다. 또한 시점에 따라서는 종편이나 지상파보다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국회의원 숫자가 더 많다. 요컨대 지상파 방송은 모든 미디어중에 특별히 잘하는 것없이 그저 그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방송은 이제 경쟁을 통한 다양성이다.

그래서 이러한 방송을 제대로 진단하게 해주는 패러다임이 시장론이다. 방송개혁은 과거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경쟁과 다양성에 초점을 두는 시장론 패러다임을 채택하는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조의 개선, 사장 교체, 해직자 복직 등도 의미있겠지만, 정부의 시간과 노력이 한정되어 있을텐데, 방송경쟁과 다양성을 놓치는 방송개혁은 정쟁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경쟁과 다양성을 놓치는 방송개혁은 방송사업자 매출만 커지고 시청자의 권익은 외면되는 방송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고용없는 성장에 비유될 수 있다.

시장론 패러다임에서 볼 때에 드러나는 그러한 경쟁과 다양성의 이면에는 밸런스의 이동이 있다. 과거에는 케이블방송과 경쟁하는 IPTV가 약자였다면 이제는 반대다.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에서 IPTV와 통신사업자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최근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 정권은 모 통신사업자와 케이블방송사업자간의 인수 합병승인에 적용되는 시장획정방법을 수정하도록 지시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한다. 공정한 시장획정이 아니라 특정 사업자에게는 유리하고 다른 사업자에게는 불리하도록 시장을 획정해 인수합병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보도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는 통신의 시장논리에 방송시장이 따라가는 사례로서 밸런스 이동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방송개혁은 이제 밸런스의 이동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방송법에 일몰제로 규정된 합산규제의 폐지여부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합산규제로 인해서 폐해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규제는 유지되는 것이 맞다.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규모의 사업자를 보호해야 경쟁이 유지된다. 한편 밸런스의 이동은 방송의 내용에서도 나타난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민이 하루종일 거의 똑같은 내용의 뉴스를 반복해서 보는데, 지역 지상파방송의 지역 뉴스, 개별 SO의 지역채널의 가치가 재평가돼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요구하는 시장논리에서 지역성은 과거에는 걸림돌이었지만, 이제는 경쟁 속의 다양성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재평가돼야 한다. 고용 없는 대기업만의 성장이라는 전철을 밟지 않는 방송개혁을 기대해 본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062302103551607001&ref=naver

  • 출처 디지털타임스 | 2017년 06월 23일 작성일 디지털타임스 | 2017년 06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