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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알권리 무시해온 공영방송 / 손영준(미디어전공) 교수

날짜 2023.11.21 조회수 92

자유(Freedom)는 다양한 뜻을 담고 있다. 자유는 우선 간섭받지 않을 권리다. 자유는 또 공적 목적을 실현할 적극적 권리이기도 하다. 언론 자유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간섭받지 않을 권리이기도 하고 공적 목표를 달성할 권리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영방송의 언론 자유는 공동체의 사회적 선(좋음)을 실현하는 자유로 이해됐다. 공영방송은 구성원이 생각하는 공적 목표를 달성하는 도구였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방송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열정은 넘쳤다. 그러나 무엇이 한국사회가 나아갈 합당한 목표인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했다. 시청자들의 간섭받지 않을 자유는 지켜지지 못했다.


정치독립 명분 균형감각 상실
시민보다 구성원들 생각 강요
소통이 아닌 불통의 중심으로

 

 


시론

 


그동안 공영방송 자유에 대한 정치적 논의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돌이켜보면 정치권이 주장하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결국 상대 정파의 영향력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공영방송 이사회 인원을 단체 추천으로 대폭 늘리자는 민주당 방송법안(KBS 11명에서 21명, MBC EBS 9명에서 21명으로 증원)이 제대로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의 전철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요구는 간단하다. 그것은 간섭받지 않을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먼저 지켜 달라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시청자의 알 권리를 제대로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언론이 되라는 것이다. 편향된 허위 정보에 속지 않도록 제대로 된 뉴스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의욕을 앞세우지 말고 지식과 전문성을 높여 달라는 것이다. 정치적 독립성을 방패로 구성원의 생각을 공영방송 뉴스에 임의로 끼워 넣지 말라는 것이다. 시민 각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보도를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논의에는 이를 해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영방송의 자유는 공영방송 구성원의 자유가 아니다. 공영방송의 자유는 정파적 입장에서 벗어나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봉사하는 자유다. 공영방송은 시민이 맡긴 ‘신탁물’이다. 특정한 목적을 앞세워 공영방송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그 자체가 권위주의일 뿐이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내세우는 불편부당성(Impartiality)은 정치 권력뿐 아니라 공영방송 구성원도 방송을 마음대로 지배하지 못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와 다른 것 같다. 정부의 공영언론 개편 흐름을 보면 신자유주의로 전환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YTN 민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수자가 유진그룹으로 정해져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심사를 앞두고 있다. TBS 교통방송은 내년부터 정부 지원이 사라진다.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의 공적지원금은 내년에 무려 80%가 줄어든다.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KBS도 지배체제가 정해지면 구조 축소가 점쳐진다. 이 모든 것은 공영언론이 시장에서 생존하라는 주문이다. 정치 권력과 구성원의 지배 문제를 시장에서 해결하라는 메시지다. 그러나 사회적 공감은 부족해 보인다.


우선 신자유주의라는 좌표 설정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더 큰 이유는 각자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신자유주의만으로는 공영방송의 자유가 충분히 달성되기 어렵다. 공영방송의 자유는 간섭받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고 나아가 각자가 ‘평등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봉사하는 자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공영방송은 오랜 역사에도 언론 자유의 의미를 정립하지 못했다. 그동안 언론 자유의 중요성은 강조됐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편의적으로 해석했다. 언론 자유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오늘날 한국의 공영방송은 소통이 아니라 불통의 중심이 됐다.


공영방송이 언론 자유의 의미를 제대로 성찰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결국 시민의 자유를 임의로 침해하고 시민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지친 시청자들은 이미 공영방송에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공영방송의 시대적 과제는 정치 권력뿐 아니라 구성원도 시민을 편의적으로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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