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대학
바이오의약은 인간 생명을 다루는 과학이자,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이다. 특히 항체 기반 치료제, 유전자 치료, 세포 치료 등 고부가가치 중개의학(Translational Medicine) 분야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대이며, 연구자들에게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영역이다.
필자는 현재 스탠포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방문교수로서 연구년을 보내며, 미국이 중개의학 분야에서 학계, 산업계, 의료계 간의 유기적 협력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베이 에어리어(Bay Area)는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의 중심지이자, 바이오의약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산업 생태계를 갖춘 지역으로, 연구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곳이다.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바이오 클러스터
베이 에어리어에는 Genentech, AbbVie, Gilead, Amgen 등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의 본사나 핵심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동시에 Genesis Therapeutics(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N1 Life(면역치료제), 3T Biosciences, Valora Therapeutics와 같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도 활발한 기술 개발과 임상 진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대기업과 스타트업, 병원, 대학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연구에서 개발, 사업화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연구자에게 매우 강력한 동기와 가능성을 제공한다.
SPARK: 스탠포드를 중심으로 한 연구자와 산업계의 가교
스탠포드 대학교는 공학, IT, 의학이 융합된 독보적인 연구 환경을 바탕으로, 바이오 엔지니어링, 정밀의학, 유전자 치료 등 최첨단 분야에서 활발한 융합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스탠포드 의과대학이 주관하는 SPARK 프로그램이 있다.
SPARK는 '벤치에서 병상까지(Bench to Bedside)'를 모토로, 초기 아이디어 단계의 연구가 실제 임상 응용에 도달할 수 있도록 산업계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업하는 중개의학 플랫폼이다. 교수, 박사후연구원, 의사, 대학원생 등이 참여하여, 초기 연구성과를 실제 치료제나 진단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인근의 Genentech, AbbVie, Gilead 등의 글로벌 제약사에 소속된 산업계 멘토들이 프로젝트에 정기적으로 참여하여, 상업화 전략, 임상 진입, 규제 대응, 투자 유치 등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SPARK는 단지 자금이나 시설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연구자가 시장을 이해하고 제품화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잘 만든 논문’이 아닌‘시장에 임팩트를 주는 치료제’를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 연구자에게 주는 시사점
한국도 바이오의약 강국을 지향하며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베이 에어리어에서 체감한 가장 큰 차별점은 자원의 많고 적음보다도 ‘열린 협업 문화’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용주의’였다. 연구자 중심의 자율성과 도전정신, 다양한 분야 간의 수평적 협업은 단기간 정책이나 투자만으로 구현되기 어렵지만, 우리 사회가 중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의과대학이 없는 우리 대학에서 바라보는 중개의학
국민대학교처럼 의과대학이나 부속병원이 없는 대학 입장에서 중개의학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새로운 방식의 협업으로 극복할 필요가 있다. 베이 에어리어에서는 대학, 병원, 기업이 긴밀히 연결되어 기초연구가 임상현장과 산업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국민대 역시 이러한 모델을 참고하여 외부 병원, 기업, 정부 연구기관 등과의 연계를 체계화하고, 산·학·연 협력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중개의학적 접근을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PARK와 유사한 협력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서울 인근 산업계 멘토들이 참여하는 실전형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중개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학습과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스탠포드에서의 연구년은 단순한 연구 수행을 넘어,‘사람을 위한 연구’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연구자에게 필요한 것은 실험실 안의 기술력뿐 아니라, 산업과 사회를 이해하고 연결하려는 열린 태도임을 절감했다. 한국의 많은 연구가 아직도 실험실 중심에 머물러 있고, 기초와 임상·산업 간의 간극이 큰 현실에서, SPARK는 그 간극을 메우는 실질적 모델을 보여주었다. 이번 연구년을 통해 얻은 경험이, 국민대학교는 물론 한국 바이오의약계의 연구, 교육, 정책에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국민대학교의 아카데미즘은 '최고 수준의 학술연찬', '최고 권위의 진리탐구'라는 목표와 함께 ‘최고 교육의 보편화'라는 점에 역점을 두었다. 즉 국민대학교의 아카데미즘은 아카데미즘은 '최고 수준의 학술연찬', '최고 권위의 진리탐구'라는 목표와 함께 ‘최고 교육의 보편화'라는 점에 역점을 두었다. 즉 국민대학교의 아카데미즘은 학술의 심오한 연구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최고 교육의 보편화'를 통해 건전한 정신과 이상을 배양시키고자 한 것이다. 국민대학교가 야간대학으로 출발한 것은, '생활상 사정의 소치로 주간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허다(許多)한 구학(求學)의 청년에게 최고 학술을 연구하는 기회를 주어 최고 교육의 보편화를 추구'하는데 있었다. 이 점에서도 국민대학교는 '국민의 대학'이자 '민족의 대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