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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북·러 밀착, 냉정히 대처하자 / 장덕준(러시아 · 유라시아학과) 교수

날짜 2024.07.04 조회수 52

군사 자동개입 사실상 부활
한반도 안보지형 뒤흔들어
韓, 동맹 강화·국제 공조 통해
신중한 리스크 관리 준비를


크레믈발 나비효과인가, 안보 리스크의 글로벌화인가. 2년 반 가까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후폭풍이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강타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는 글로벌 안보 환경까지 뒤흔들 태세이다.


지난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조약’)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글로벌 안보정세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조약’의 제4조는 두 나라 가운데 어느 한쪽이 침공을 받을 경우 다른 한쪽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유엔헌장 제51조와 양국의 법에 따른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조약’은 1961년에 체결된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의 군사력 자동개입 조항을 사실상 부활시켰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이는 북·러 관계가 단순한 동반자 관계에서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 금년 초 김정은의 북한은 대한민국을 ‘교전국’으로 규정했다. 이런 마당에 이번에 체결된 ‘조약’은 대한민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는 ‘조약’의 방어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핵무장을 고도화하고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과 반서방 핵 강대국 러시아 사이의 유사시 개입을 포함한 긴밀한 군사협력을 약속한 ‘조약’ 체결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정학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다.


‘조약’의 또 다른 문제점은 대북 제재를 대놓고 무력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조약’ 제9조와 10조는 양국 간 식량, 에너지, 과학기술, 공급망, 무역,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 협력을 약속함으로써 기존의 대북 제재 레짐을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언론 발표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안보리에서 주도한 무기한 대북 제재는 뜯어고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충격과 함께 고난도의 외교적 숙제를 던져주었다. 무엇보다 ‘조약’ 체결로 러시아는 바야흐로 레드라인에 바짝 다가선 형국이다. 만약 러시아가 포탄 등 전쟁 물자를 제공받는 대가로 북한에 초정밀 미사일 등 첨단 무기와 군사기술을 제공한다면 대한민국은 이를 금지선을 넘는 행동으로 볼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에 명운을 걸고 있는 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을 레드라인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다. 레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종이쪽지에 쓰인 조약문이 아니라 실제 행동이다. 그렇다면 바로 보복성 조치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우선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유지해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북한과 러시아가 위험한 거래를 하지 않도록 압박해야 한다. 특히 북·러 간 밀착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북·러 밀착이 한·미·일 결속을 촉진시킴으로써 동북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베이징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북한과 러시아가 동북아 지역의 현상변경을 시도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당장 포탄과 탄약 등 군수 지원이 절실한 모스크바는 평양의 요구를 일정하게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과연 북한에 결정적인 군사 기술과 무기를 제공할 것인지,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북·러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러시아는 한국과의 경제협력 등 파트너십 복원을 꾀할 것이다. 우리의 안보적, 경제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근린국 러시아와 정면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결정에는 신중해야 한다. 눈앞에 닥친 거센 지정학적 파고를 냉정하고 슬기롭게 돌파해야 할 때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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