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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언론법 처리, 공론장 병들게 한다 / 손영준(미디어전공) 교수

날짜 2024.07.04 조회수 63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왼쪽)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간사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방송3법)을 상정해 심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쟁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영준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KBS와 MBC 등 한국의 공영방송은 공정보도 시비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다. 그동안 거의 모든 대통령 선거에서 불공정 보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불편부당한 공론장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없다. 필자가 보기에 KBS와 MBC는 이번 총선에서도 정파적 경향성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3월 28~4월 9일) 두 방송의 저녁 종합 뉴스를 살펴봤더니 KBS는 민주당의 김준혁·양문석 후보 검증 이슈를, MBC는 대파값 논란을 비롯한 물가 급등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각각 특정 정당에 유리한 의제를 설정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역대 정치권력은 공영방송 운영에 특별한 관심을 표시해 왔다. 공영방송 경영진 구성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공영방송 사장은 인사권을 통해 조직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공영방송 경영진과 정치권력은 상호 협력적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다.


민주당, 방송3법 개정 강행 무리수
‘애완견’ 발언 등 비뚤어진 언론관
진실 독점하려 하면 갈등 못 피해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법 개정안을 여당의 반대에도 22대 국회 과방위에 이어 법사위에서도 통과시켰다. 이른바 ‘방송 3법’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수를 11명(KBS), 9명(MBC와 EBS)에서 21명으로 확대하고 방송현업인 단체, 방송 관련 학회, 시청자 위원회에 이사 추천권을 새롭게 부여했다. 정치권의 이사 추천은 그대로지만 추천 단체와 기관이 늘었다.


그런데 이들 단체와 기관이 이사 추천에 적합한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관련 학회를 방송통신위원회가 임의로 정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학회가 정치적 논란에 개입하게 된다. 방송은 시민 생활과 밀접하다. 그렇다면 정치학·법학·사회학·광고학 등 다른 분야 학회는 왜 안되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방송사 노동조합은 추천권 행사에 어떻게 관여하는가도 명확하지 않다. 방송3법이 공정한 사장 선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형식이야 어떻든 또 다른 시빗거리가 될 것이 뻔해 보인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절차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 보도와 편성의 골격을 정하는 행위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합의와 토론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전 정부 때부터 논의되기는 했지만, 실속은 없었고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을 축소하는 것은 정책 수단이지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 공영방송의 목표는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공영방송에 필요한 것은 각자의 정의를 관철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세상과 철학을 접하고 이해하며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고 들을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회를 유리하게 구성해 방송 편성과 제작에 임의로 관여하려 하거나 반대 의견이 설 자리를 좁히기 위한 정치공학적 묘수 찾기에 매달릴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시비는 한국사회 공론장의 품격 저하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지금의 공론장은 성찰의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은 불공정하고 부정의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팽배해 있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원성을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


영국 BBC의 ‘적절한 불편부당성(Due impartiality) 원칙’이 한국의 공영방송에 자리 잡지 못하는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자의 생각이 정의라고 주장하고 진실을 독점하려 한다면 그것은 끊없는 갈등과 저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방송3법안은 공영방송에 대한 간섭의 주체를 변경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여야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절충과 토의에 나서야 한다. 언론 정책은 협의하고 합의할 문제다. 안 그래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언론 애완견’ 발언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으로 정치권이 자유민주주의에 걸맞은 언론 철학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왜곡된 언론관과 무리한 언론 관련 입법은 한국사회의 공론장과 자유민주주의를 병들게 할 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손영준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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